4대 시중은행장, 최대 실적에도 절반이 교체…'국제통' 전성시대

지성규 KEB하나은행장 내정자, 중국법인 성장 이끈 '중국통'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18년 넘게 일본 근무한 일본 전문가
은행권, 국내 이자이익 성장 한계 속 글로벌 시장 수익 확대 의지 반영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장을 절반 이상 교체했다. 새로 선임된 은행장들 면면을 보면 공통적으로 '국제통'이라는 키워드가 읽힌다. 국내 이자이익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동남아 지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은행권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평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중 오는 3월 행장 임기가 만료되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당초 예상을 깨고 차기 행장을 전격 교체했다.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은 지난달 28일 개최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지성규 하나은행 글로벌사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하나은행장으로 낙점했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연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했다.

기존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교체는 '이변'이었다.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이자이익 4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하며 당기순이익 13조8000억원이라는 실적 호조를 달성한 만큼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행장의 연임을 유력하게 점쳐왔다. 위 행장은 사상 최대 실적에 이어 우리은행이 103년간 수성해 온 서울시금고를 빼앗아왔고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9월 취임 후 하나ㆍ외환은행 실적을 탄탄히 다진 데다 인사ㆍ급여ㆍ복지 제도를 통합, 화학적 결합을 이뤄낸 점을 평가받았다. 그러나 두 행장은 각각 세대교체 명분,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재판에 따른 법률 리스크 등으로 기존 예상과 달리 행장직에서 내려왔다.

4대 시중은행이 차기 행장 인사를 마친 만큼 새 진용을 갖춘 은행권의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을 이끌 수장들의 면면을 보면 글로벌 경험과 감각이 뛰어난 국제통이라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지 내정자는 손꼽히는 '중국통'이다. 지난 2001년 홍콩지점 부지점장, 2003년 심양지점장을 거쳐 2007년 하나은행 중국법인 설립 부단장을 지냈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하나ㆍ외환은행 중국법인 통합을 이끈 뒤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을 역임하며 중국 법인 성장을 이끌었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당기순이익은 2014년, 2015년 순손실에서 2016년 287억원, 2017년 373억원, 2018년 3분기 누적 66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 당기순이익 중 중국법인 비중도 2016년 8.5%에서 지난해 3분기 기준 22.5%로 확대됐다. 지 부행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진옥동 신한은행 내정자는 일본 전문가다. 지난 1997년 신한은행 오사카지점 차장을 시작으로 2009년 오사카지점장, 일본법인인 SBJ은행 법인장 등 신한금융 요직을 두루 거쳤다. 뱅커 경력 38년 중 18년 이상을 일본에서 보냈고, 2008년부터는 10년 연속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도 미국 LA지점장, 글로벌사업본부 집행부행장 등을 거친 국제통이다. 지난 2017년 취임 후 지난해 캄보디아 WB파이낸스 등을 인수하며 해외 시장 진출을 활발히 해 현재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422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모두 연초 신년사에서 '글로벌'을 외친 것처럼 국내 수익 확대가 한계에 이르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한 미래 먹거리 발굴이 생존의 키워드가 됐다"며 "국제통 시중은행장들이 올해 해외 사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 해외 시장에서 얼마나 의미있는 실적을 올릴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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