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이 먹지 못하고 헤어진 ‘환상의 요리’

북측 요리사들이 만든 사과 푸아그라 젤리 전채…해초가루로 만든 새 장식도 눈길 사로잡아

2차 북미정상회담 둘째 날(28일) 오찬에서 북측 요리사들이 선보일 예정이었던 사과 푸아그라 젤리 전채. 해초 가루를 다져 깎았다는 새 장식이 눈에 띈다(사진=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지난달 27~28일 열린 베트남 하노이의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함으로써 28일 오찬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 결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맛보지 못한 채 헤어진 환상적인 요리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의 만찬 메뉴를 준비한 이는 하노이 소재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총괄 주방장 폴 스마트(39)다.

스마트는 이틀간의 정상회담 기간 중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두 명과 함께 일했다. 이런 그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맛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음식들을 지난 1일 공개했다.

2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스마트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에게도 자기가 만든 요리를 선보인 노련한 요리사다. 하지만 그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조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스마트는 자기가 조리하는 동안에도 "미국ㆍ북한ㆍ베트남의 경비 담당이 근처에서 철저히 감시했다"며 "요리를 테이블로 나른 이도 호텔 종업원이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만찬 메뉴가 나가기 전 양측에서 정상들에게 제공될 음식을 미리 먹어보기도 했다고 스마트는 밝혔다.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두 명 모두 '김'이라는 성으로만 불렸다. 27일 만찬에 선보인 김치와 북한산 쇠고기는 이들이 하노이까지 직접 공수해온 것이었다.

스마트는 북한 측 음식 재료에 대해 "모든 게 따로 매우 위생적으로 포장돼 있었다"며 "전속 요리사들은 조그만 알코올 면봉까지 가져와 칼과 도마 등을 닦아냈다"고 말했다.

개성 인삼을 꿀에 절여 굳힌 요리(사진=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새우 칵테일을 본 적이 없던 김 위원장 전속 요리사들은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맛에 흥미를 느꼈다. 이에 스마트가 드레싱 요리법을 알려줬다. 전속 요리사들은 보답으로 김치 만드는 법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둘째 날 오찬에서 '심플한 요리'라는 미국 측 주문에 맞춰 북측 요리사들이 사과 푸아그라 젤리 전채를 담당했다. 이 역시 그들이 직접 공수해 온 재료들로 만든 것이었다. 푸아그라 요리에서 눈에 띄는 새 장식은 해초 가루를 다져 깎은 것이다.

그러나 회담이 결렬되면서 두 정상 모두 이 음식은 맛볼 수 없었다.

스마트는 "정말 아름다운 음식이었다"며 "두 정상이 먹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마트는 남겨진 일부 음식을 동료들과 함께 맛 있게 먹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만찬에 대해 "힘든 일이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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