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남편이 대통령’…野 ‘손혜원 정조준’의 속사정

한국당, 김정숙 여사와 손혜원 의원 관계 정치쟁점화…설 명절 '사랑방 민심' 정치적 호재로활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야당의 비판 칼날이 손혜원 의원의 '목포 문화재 거리'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사안의 경중으로 볼 때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을 더 중요한 사안으로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야당 반응은 달랐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처음부터 손 의원을 정조준하는 모습이었다. 이는 칼끝의 최종 목적지가 다른 곳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민주당이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재판 청탁 의혹이 불거진 서 의원의 원내수석부대표직 자진사퇴를 결정했음에도 논란이 증폭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17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칼끝의 대상을 지목하는 자리였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손 의원) 의혹이 자꾸 커지는 것 같다. 특히 영부인의 친구라는 그런 관점에서 위세를 얻고, 사익을 추구했다는 그런 의혹이 자꾸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현아,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7일 국회 의안과에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국회윤리위 징계요구안을 제출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원내대표는 "왜 초권력형이냐. 손 의원은 그냥 단순한 초선 의원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실 거다. 영부인과 숙명여고 동창"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김·혜·교(김정숙, 손혜원, 서영교) 스캔들'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김순례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여당 실세들의 일탈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숙 여사가 공천을 준 것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달게 했다고 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후속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숙 여사를 넘어 문 대통령에게까지 칼끝을 겨눈 셈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판이 아무리 혼탁하더라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선이 있다"면서 유감을 나타냈다.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지만 정치적인 공방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손 의원과 민주당의 세세한 해명보다는 '여고 동창생'이라는 사적인 관계가 더 알기 쉽게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다. 진실 규명은 두 번째 문제이고 의혹의 상상력은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손 의원과 김 여사는 숙명여중·숙명여고 동창이다. '친구 남편이 대통령'이라는 손 의원의 인맥은 정치 공격의 토대가 되고 있다. '참이슬' '처음처럼'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등 최고의 네이밍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손 의원이 정치권에 뛰어든 것은 김 여사의 권유 때문은 아니었다. 손 의원은 진선미 의원의 대선캠프 참여 권유를 계기로 합류하게 됐다.손 의원이 김 여사와 친한 친구 관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손 의원은 대선 이후 친구의 이름도 함부로 부르지 않는 등 일정한 선을 넘지 않고자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괜한 오해를 부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행동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야당은 그런 노력이나 사정을 봐줄 리 없다.보름 앞으로 다가온 설 명절을 앞두고 '사랑방 민심'의 주도권을 잡을 유용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의혹의 진실여부를 떠나 '친구 남편이 대통령'인 특정 정치인이 설 사랑방의 '술안줏감'으로 오르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야당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정치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야당이 특별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대통령 부인 연루설을 증폭할 경우 정치공세라는 비판과 함께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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