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모르쇠' 전직 대법관들…검찰 구속영장 청구 고심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전직 대법관들이 검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하기 전에 전직 대법관들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25일 검찰에 따르면 차한성·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이 현재까지 '사법농단'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의 조사를 받았다. 이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차례로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이들은 대부분 검찰 조사에 혐의를 부인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의 경우 객관적인 증거 앞에서 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본인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 검찰 공개소환 당시에도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하는 동안 사심 없이 일했다"며 사실상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등 의혹을 부인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의 혐의를 받는 고영한 전 대법관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23~24일 소환조사를 받은 고영한 전 대법관 역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원행정처장 시절 부산 스폰서 판사 비리 의혹과 관련, 윤인태 전 부산고법원장을 통해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에 해박한 전직 대법관들이 자신을 직권남용 혐의 공범으로 몰아가려는 검찰 수사를 최대한 막기 위해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해 "후배법관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고 둘러대는 것 역시 대법관·대법원장 등 '윗선'으로 혐의가 확대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원 조직을 보호하려는 취지라는 분석이다.앞서 '사법농단' 실무를 총괄했다는 의혹을 받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도 검찰 조사에서 "부적절할 수는 있지만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일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후배 심의관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고 전 대법관을 끝으로 양승태 사법부 법원행정처장 3명을 모두 조사한 검찰은 조만간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들의 진술 태도와 혐의의 중대성 등을 고려했을 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무 총괄 의혹을 받는 임 전 차장이 구속된 상황에서 '윗선'인 전직 대법관들도 형평성 차원에서 구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조사에 앞서 현직 대법관들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 내용을 봤을 때 권순일·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이 조사 대상으로 꼽힌다. 권 대법관은 2012~2014년 일제 강제징용, 통상임금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다. 그는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법관 탄핵소추 대상으로도 유력하게 언급된다. 만약 검찰이 권 대법관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소환조사할 경우 법원 내·외부에서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원ㆍ노정희 대법관은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는다.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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