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으로 기술기업株 타격…글로벌 강세장 막내리나

긴 경기 팽창기간 등 90년대 장기 호황 끝물시기 데자뷔연말 산타랠리 힘들 듯…국내도 변동성 큰 박스피 장세[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뉴욕 김은별 특파원] "월가에 무역전쟁으로 인해 기술기업들에도 타격이 확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10월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英 파이낸셜타임스ㆍFT)10년 강세장이 막을 내리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이어진 글로벌 주식 강세장이 종결의 서막을 열고 있다는 비관론이 불거지고 있다. 긴 경기 팽창 기간, 미 정부의 공세적 대외정책, 높은 성장률에 높은 인플레이션 등 90년대 장기 호황 끝물 시기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조차 나온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올해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던 지난해 연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비관론에 힘이 실린 모양새다.미국 주요 주가지수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틀 사이 낙폭은 S&P 500 3.4%, 다우지수 3.7%다. S&P 500과 다우 지수의 올해 수익률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마이너스 영역으로 다시 진입했다. 특히 IT(정보기술) 업종 전반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나스닥은 같은 기간 4.7% 떨어질 정도로 다른 지수에 비해 낙폭이 컸다. 뉴욕증시 대표 종목인 '팡'(FAANG)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장에 접어든 것을 두고 단순한 투자심리 때문이 아닌 무역갈등과 경기둔화 등 여러가지 구조적 요인이 합쳐진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면서 반도체 업황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면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이 신제품 주문을 추가로 줄였다는 소식에 이틀 동안 8.6% 하락한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통상 연말을 앞두고 상승하던 유통주가 하락한 것도 비관론에 힘을 더하고 있다. 간밤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겟(-10.52%)과 콜스(-9.23%) 등은 최근 분기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급락했다. L브랜드(-17.71%)를 포함해 갭(-3.07%), 월마트(-2.71%), 코스트코(-4.12%) 등도 동반 하락했다. 이익 피크 논란, 글로벌 성장세 둔화 및 금리 상승 등이 소매 유통업체 실적 부진을 야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올 연말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이미 지난 6월 세계은행(WB)은 내년부터 세계 경제 성장률이 점차 둔화할 것이라며 최근 몇 년간 이어온 글로벌 호황 국면이 올해를 끝으로 서서히 막을 내린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보호무역 기승과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장 취약성 증가,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글로벌 경제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1분기 2.5%, 2분기 2.2%, 3분기 1.8%, 4분기 1.6%로 둔화될 것으로 봤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위험 대비 주식 수익률이 과거 수년간의 평균보다 낮아질 것이라면서 현금 보유 확대를 권고했다.또 미국 온라인 증권사 E트레이드 파이낸셜이 9000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백만장자들의 응답을 별도로 추린 결과, 절반에 가까운 45%가 "1~2년 내에 강세장이 끝날 것"이라고 답했고 25%는 "강세장의 종료가 임박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식시장의 큰손 10명 중 7명은 미 증시 강세장이 2년 이내에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다.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적어도 2250~2400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일부 증권사는 호기롭게 '코스피 3000'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주요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지수의 등락 범위는 1850~2530으로 대폭 낮아졌다. 심지어 '변동성 큰 박스피' 장세를 전망하는 모양새다.문다솔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증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역분쟁 이후 중국을 비롯한 미국 이외 경기가 이미 꺾였는데 미국의 금리인상이 지속된다는 점"이라며 "이런 상황은 미국 이외 국가들이 부양책을 쓰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금리인상에 이끌려 동반 금리인상을 해야 하는 난처한 상황을 만들 수 있고 결국 미국 이외 경기는 저점을 형성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것"고 내다봤다.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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