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의 벽]②2시간의 벽, 넘지 못하는 이유?

첨단 과학기술 접목한 결과 세계 최고 기록 2시간 1분대 ‘진입’
바람의 저항, 마라톤 코스 등 외적 요소도 큰 영향…킵초게, 비공인으로 25초 까지 성큼

2시간 1분 39초 기록으로 마라톤 세계 기록을 세운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사진 = AP/연합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인간의 한계로 상징되는 마라톤 풀코스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새로 쓴 엘리우드 킵초게는 현재 2시간의 벽을 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 BBC는 그 기록을 분석하면서 킵초게를 ‘마라톤 킹’으로 명명했다.지난 9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베를린 국제 마라톤에 출전, 2시간 1분 39초의 기록으로 종전의 세계 기록 2시간 2분 57초에서 1분 18초를 줄인 킵초게는 세계 기록을 넘어 ‘인간의 한계’인 1시간대 기록에 인류 중 가장 가까이 선 선수가 됐다.BBC는 킵초게가 세계 기록을 세운 베를린 마라톤 경기 분석에서 그가 5km 구간마다 14분 10~30초대를 꾸준히 유지했으며, 특히 그가 30km 구간을 1시간 26분 45초에 통과한 기록은 레이스 전반보다 후반에 훨씬 더 빨리 달리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최근 ‘2시간의 벽’을 넘기 위한 다국적 스포츠 브랜드가 나선 극한의 프로젝트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의미한 기록을 세운 것 역시 킵초게였다.나이키가 2시간의 벽을 깨자는 의미에서 출범한 ‘브레이킹 2’ 프로젝트는 지난해 5월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브레이킹 2’ 레이스를 개최했는데 여기서 킵초게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2시간 25초 만에 주파하며 그 가능성을 입증해 보였다. 비록 공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이 기록은 비공식으로 남게 됐지만 킵초게는 이후 베를린 마라톤 직후 인터뷰에서 “제가 2시간 0분대에 달렸던 것을 기억해보세요.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라며 2시간의 벽을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이 대회에서 나이키는 신발 소재와 디자인, 스포츠 심리와 운동생리학 전문가를 총동원해 킵초게를 비롯한 3명의 선수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게 지원했음에도 2시간의 벽은 높았다. 전문가들은 ‘브레이킹2’레이스 후 킵초게가 탈진하지 않고 경기 후반부 다소 페이스가 흔들린 점에 착안해 다시 한 번 브레이킹2에 도전한다면 더 나은 기록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마라톤 세계 공인 기록. 그래픽 = 이진경 디자이너

운동 생리학자 마이클 조이너(Michael Joyner)가 1991년 응용생리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 마라톤의 생리학적 한계 기록은 1시간 57분 58초로 추정된다. 그는 마라톤 경기력을 좌우하는 3대 요소로 운동지구력을 좌우하는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분해능력을 초과한 젖산이 근육과 혈액에 축적되는 시기를 뜻하는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 그리고 효율적으로 달리는 방법을 뜻하는 경제적 달리기(running economy)라고 설명했다.여기에 지난 3월 미국 콜로라도 대학, 휴스턴 대학 연구진은 인간 마라톤의 1시간대 주파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논문을 ‘스포츠 의학’ 저널에 발표했다.선임 저자이자 육상선수 출신의 바우테르 후흐카메르 콜로라도 대학 연구원은 킵초게 이전 세계 신기록을 쓴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2시간 2분 52초)의 경우 “그가 당시 신었던 러닝화(신발 한 짝 8온스, 226.79g)보다 3.5온스 가벼운 4.5온스(한 짝 127.57g) 러닝화를 신고 뛰면 약 57초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한편 전 캐나다 육상 국가대표 출신의 케임브리지대 물리학 박사이자 스포츠과학 저널리스트 알렉스 허친슨은 자신의 책 인듀어를 통해 “(2시간의 벽과 같은) 인간의 한계란 뇌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며 우리에게는 스스로 생각한 것 이상을 해낼 힘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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