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핫플레이스] 고풍스러운 ‘비밀의 화원’ 박노수 미술관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통인시장 사거리에서 인왕산 방향으로 걸어 오르다 보면 비밀스러운 정원과 함께 고풍스러운 2층 양옥집, 박노수 미술관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단정하게 쌓아 올린 붉은 벽돌 위로 기묘한 박공지붕을 얹었고, 그 아래로 붉은 창살 하나하나까지 예사롭지 않은 이 집은 조선 말 반민족 행위로 위세를 떨친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 지은 집이었습니다.일제강점기 옥인동 일대는 소유주를 크게 셋으로 나눠볼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넓은 필지는 윤덕영의 벽수산장이 차지했고, 그 옆으론 자수궁 터가 있었으며, 그 오른편으론 그 역시 친일파인 이완용의 저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박노수 미술관은 벽수산장 내 19개 건물 중 하나로 건축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박노수 ‘류하(柳下)’ / 화선지에 그린 수묵담채화/1980년/ 97x179cm /사진=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

유려하게 번진 쪽빛 사이로 홀로 선 소년을 세워두곤 여백과 사색의 물음을 던진 박노수 화백의 작품세계는 이 고즈넉한 공간에 그의 삶과 함께 조용히 내려앉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산을 그리기 위해, 바위를 담기 위해 그는 수석에 천착했다고 알려졌지요. 종전의 한국화에선 볼 수 없던 투명한 채색과 대담한 구도, 여기에 동양적 필치의 조화는 자연을 관조하는 그의 시선을 통해 감상자 역시 그의 작품 속에서 우두커니 선 소년의 고독과 숙명을 곱씹게 됩니다.1973년 이 집으로 이사 온 그는 꼬박 40년간 이곳에 머물며 작품활동은 물론, 고아한 감식안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정원 곳곳에 펼쳐두어 보는 이를 감탄케 했습니다. 지금도 정갈히 보존된 수석과 고미술품들은 그의 유언을 통해 이 집과 함께 종로구에 기증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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