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수납제 폐지하면 수수료·연회비 부담 커질수도'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일부 가맹점에서 오히려 카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소비자에게는 연회비 상승과 혜택 감축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한국금융연구원은 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향후 방향에 대한 논의'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의무수납제 관점에서의 카드정책변화 과정과 향후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구정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와 가맹점 의무가입이 폐지되면 수수료율 관련 정부 개입이 줄어 협상력이 떨어지는 가맹점은 오히려 수수료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1998년 도입된 신용카드 의무수납제와 가맹점 의무가입제는 사업자들이 반드시 신용카드 가맹점이 되고 신용카드 결제에 응해야 하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2002년 148만개에서 지난해 257만개까지 증가했다.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대한 반발과 함께 등장했다. 의무수납제로 인해 정부는 카드 수수료율 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의무수납제와 의무가입이 없어지면 정부가 수수료율에 개입할 수 있는 논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의무수납제가 폐지될 경우 가맹점 입장에서는 사업자가 가맹점 가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해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에서 유리할 수 있다. 동시에 협상력이 없는 일부 가맹점은 카드사가 카드 수수료율을 올려 수수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특정 지급 결제 수단 이용을 요구할 수 있고 가격 차별이 허용되면 수수료를 전가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카드사에게는 의무수납제 폐지가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개입을 막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가맹점 심사·관리를 강화해 부적격한 가맹점과 계약하지 않을 수 있고 이를 이용해 가맹점과 계약 시 수수료 협상에 유리할 수 있다. 반면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가맹점이 늘어나면 신용판매 매출이 줄고 가맹점 확보와 유지에 이전보다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소비자는 카드사용이 줄어 과소비를 줄일 수 있고, 수수료 부담이 줄어든 가맹점에서는 그만큼 가격 할인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카드사 혜택이 줄어들고 연회비가 올라갈 수 있으며 지금보다 현금을 더 많이 써야 해 불편해진다.구 선임연구원은 "의무수납제를 폐지하더라도 단기간에 카드사와 가맹점이 수수료율을 공정하게 협상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 아니므로 별도의 개입 논리 하에서 시장에 개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현금영수증 의무화와 탈세 조사를 강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마련하고 카드사의 가맹점 심사가 공정하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의무수납제를 갑작스럽게 폐지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 ▲결제금액별 일부 예외 허용 ▲가맹점 매출액 규모별 일부 예외 허용 ▲업종별 일부 예외 허용 등 일부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구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맹점, 카드사, 소비자 등 당사자에게 모두 이익이 될 수 있는 관점에서 정책대안을 마련하고 의무수납제 폐지를 추진한다면 목적을 분명히 제시해야한다"며 "소매지급결제시장에서의 혁신을 유인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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