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H&B스토어 진출한다…'생존' 위한 서경배의 승부수(종합)

원브랜드숍서 H&B스토어 위주로 화장품 시장 재편中 사드보복·실적 악화 겹쳐 체질 개선 단행아리따움, H&B스토어로 바뀌며 올리브영 등과 본격 경쟁 전망서경배 회장 새도전에 촉각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지난 2일 오전 9시. 서울 용산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2층 대강당에 등장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표정에는 비장함이 흘렀다. 직원들과 소통을 중시해 매달 첫 영업일에 월례 정기조회를 만든 서 회장은 이 날 조회에서 임직원들에게 "다양한 혁신"을 주문했다. 평소 진중하고 차분한 말투로 '조용한 카리스마'로 통하는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단호한 의지가 엿보였다."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시장을 개척해 나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자"고 강조해 온 서 회장이 이번엔 국내 무대를 겨냥해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로드숍 위주의 영업정책에서 벗어나 핼스앤뷰티(H&B)스토어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것. 혁신 대상은 론칭한 지 10년된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 아모레퍼시픽은 막강한 전투력과 영업력을 바탕으로 전국 1300여개의 아리따움 매장을 통해 H&B업계 압도적 1위인 올리브영과 정면승부에 나서겠다는 각오다.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리따움은 현재 자사 브랜드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정책에서 타사 브랜드 제품 판매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타 브랜드들에 입점 의사를 타진하며 협의하는 단계다. 이 같은 내부 정책 변화를 시행하는 시기는 올해 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리따움은 '라네즈', '마몽드', '한율' 등 아모레퍼시픽 자사 브랜드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편집숍이다. 아울러 '키스미', '카이' 등 타사 브랜드 제품을 일부 판매하고 있었다. 여기서 추가로 다른 브랜드들까지 판매하며 영역 넓히기에 나선 것.기존의 영업전략을 과감히 바꾸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화장품 소비 시장의 재편이다. 로드숍 중심에서 H&B스토어 위주로 재편되면서 자사 물건만 판매하는 로드숍으로는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칸타월드패널과 메리츠종금증권 등에 따르면 화장품 원브랜드숍의 2012~2014년 연평균 성장률은 3.5%였고 2014~2018년 연평균 성장률은 3.2%로 더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같은 기간 H&B스토어의 연평균 성장률은 25.1%에서 48.5%로 두 배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증권에 따르면 국내 H&B스토어 매장 수는 지난해 기준 약 1350개로 최근 3개년 연평균 증가율이 20% 이상에 달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보복 역풍을 맞으며 실적이 급감했고 아직까지 회복이 더딘 것도 새로운 생존책을 찾게된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6조291억원, 영업이익은 731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0%, 32.4% 감소했다. 반면 영원한 라이벌인 LG생활건강은 같은 기간 각각 6조2705억원, 9303억원으로 전년보다 2.9%, 5.6% 증가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LG생활건강에 1위자리까지 내준 상황이다. 시장의 전망도 좋지 않다. 삼성증권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6620억원, 6857억원으로 이전 추정치보다 7.4%, 15.1% 낮췄다. 유진투자증권도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5조6320억원, 7190억원으로 종전 예상치보다 4.0%, 6.1% 내렸다.한편 아리따움이 H&B스토어시장에 진출할 경우 관련 시장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현재 매장수 1050여개로 독보적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CJ그룹의 '올리브영'과 190여개로 2위인 GS리테일의 '랄라블라', 108개인 롯데그룹의 '롭스', 14개인 이마트의 '부츠'가 매장수를 계속 늘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2016년 말 기준 1253개로 올리브영보다 많은 가맹점수를 거느린 아리따움이 가세하게 되는 셈이라서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아리따움이나 원브랜드숍보다는 올리브영 같은 H&B스토어 같은 곳을 더 찾는 게 현실"이라며 "이에 실적 악화를 겪는 아리따움이 살아남기 위해 이 같은 선택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모레퍼시픽 내부에서 타사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실제로 이행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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