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폼페이오 평양 출발'…'유감' 외무성 담화는 대내 보도 안해

전날 외무성 담화 "美 협상태도 유감…비핵화 요구만 들고 나와"노동신문 등 폼페이오 출국 사실만 전해…협상력 높이려는 의도 관측

폼페이오 미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 6일 오후 평양 순안공항에 북측 고려항공 여객기 뒤로 폼페이오 장관이 타고 온 미 정부기가 보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북한이 외무성 담화를 통해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에 유감을 표시하면서 주민들이 접하는 대내용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조선중앙통신은 8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 북·미 고위급회담의 미국 측 대표단이 방북을 마치고 전날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미합중국 대표단이 조미 고위급회담을 마치고 7일 평양을 출발하였다"고 밝혔다.이어 "6일부터 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 회담에서는 역사적인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에서 채택 발표된 공동성명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서 나서는 제반 문제들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고 설명했다.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전 참전 미군 유해의 송환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오는 12일 판문점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북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실험장 폐쇄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그러나 북한은 전날 밤 발표한 외무성 담화에서 "고위급회담에서 나타난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없는 것이었다"며 "미국 측은 싱가포르 수뇌상봉과 회담의 정신에 배치되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고 강조했다.또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려는 입장을 취했다"며 "종전선언을 하루빨리 발표하는 것은 조선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보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첫 공정인 동시에 조미사이의 신뢰조성을 위한 선차적인 요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은 북핵 시험장의 폭파폐기 조치에 비하면 작은 조치라고 주장했다.외무성 대변인 담화에는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7월 27일)을 계기로 한 종전선언 발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시험장 폐기, 미군 유골 발굴을 위한 실무협상 시작 문제 등을 제기했고,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됐다는 등 회담에서 오간 상세한 내용도 들어 있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이 북미 고위급 회담 이틀째인 7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북한 평양의 백화원 영빈관에 마련된 오찬장에 도착, 안내를 받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하지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외무성 담화는 보도하지 않고 중앙통신이 오전 송고한 폼페이오 장관의 출국 기사만 4면 하단에 게재했다. 북한의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 방송도 8일 오전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출발 사실만 전했다.이는 북한이 대외적으로는 협상력 제고를 위해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북·미관계 개선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관리들도 북한의 이런 성명을 ‘협상 전략’으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동행한 ABC방송 타라 팔메리 기자는 8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 정부가 거친 성명을 내놓은 것에 대해 미국 관리들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한다"며 "그것을 하나의 협상 전략으로 본다"고 전했다.반면 북한의 유감표시가 좋은 사인은 아니라는 우려도 있다. CNN방송 윌 리플리 기자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을 만나지 않았다"며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 외무성의 성명에 대해서도 "불길한 분위기(tone)의 변화"라고 지적했다.이설 기자 sseo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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