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교수 #미투 발언 논란…대자보에 휩싸인 동덕여대

“차별적 발언 서슴지 않게 말한 것 문제 있어”“대학은 기본적인 배움을 가르쳐주는 곳…자리에서 물러나야”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본관 앞 한 동상에 하일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대자보가 부착됐다. /사진=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허미담 기자, 김성현 기자] 하일지(본명 임종주·62)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강의 도중 ‘미투(#metoo·나도당했다)’ 운동 및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여 하 교수를 비판하고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17일 오전 11시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동덕여자대학교를 찾은 ‘아시아경제’는 정문 입구에서부터 하 교수와 관련한 대자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하일지 교수의 파면을 요구한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당신에게 여성은 무엇입니까’ 라는 내용을 담은 대자보를 통해 하 교수를 비판했다.지난 15일 학생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중심으로 하 교수가 지난 3월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성폭행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김지은 씨를 두고 수업 중에 “(김지은 씨가) 이혼녀란다. 처녀들하고 이혼녀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학생들은 하 교수가 “처녀들은 성적인 두려움이나 이런 게 더 있을 수 있지만, 이혼녀는 다르다”며 “질투심, 안 전 지사가 김지은 씨하고 결혼할 것이라고 했다면 폭로하지 않았을 거다”라고 말했다.

서울 동덕여자대학교 ‘여성학센터’ 좌측 건물 앞 하 교수의 망언 모음집이 부착됐다. /사진=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이날 동덕여대 교정을 돌아다녀 본 결과, 교내 건물 곳곳에 부착된 대자보를 찾아볼 수 있었다. 교내 ‘여성학센터’ 좌측에는 학생들이 직접 제보한 ‘하일지 교수의 망언 모음집’ 대자보가 부착돼 있었다.해당 대자보에는 “여자애들은 (성적인)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 “나는 내 딸이 만약 처녀라면, 지나가는 남자를 붙잡고 얘랑 좀 해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등 하 교수가 말한 여성 비하적인 발언을 볼 수 있었다.또한 ‘약학관’ 앞 한 동상에는 ‘문예창작과 교수님들께 입장문을 요구한다. 하일지 교수의 파면 또한 요구한다’라는 문구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또 한 게시판에는 ‘(하 교수가) 수업 도중 룸싸롱에 다녀온 이야기, 너희 같은 저능아들은 총으로 쏴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며 ‘자칭 페미니스트라는 분께서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하신다’는 내용을 적어 하 교수를 비판했다.

동덕여자대학교 교내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 /사진=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pmdh031@asiae.co.kr

이날 학교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하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분명 잘못된 발언이라며 지적하고 나섰다. 재학생 A 씨(22)는 “여자대학교에서 남녀를 프레임으로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게 말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여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이어 하 교수의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서는 “(하 교수의 발언 수위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하는 선에서 해야 하는데, 많은 학생이 수업 거부를 할 정도로 반발한다는 것은 자유의 범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또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중학생 딸을 둔 B 씨(45·여)는 “생각의 자유일 수 있으나 지성의 장에서 절대 권력을 가진 교수가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에서 이렇게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이 교수를 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B 씨는 이어 “대학은 전공에 해당하는 지식을 전달하기에 앞서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배움을 가르쳐주는 곳이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충족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하 교수의 사퇴를 촉구했다.하 교수는 이 같은 논란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소설가는 인간 진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서 이런 맥락에서 여성 욕망에 관해서도 얘기하자는 취지로 말한 것이고 해명했다. 또 학생들 반발에 대해서는 (자신의 발언에) 불편을 느낀 학생은 학생대로 (성명 형식으로) ‘리포트’ 쓴 셈이라고 평가했다.한편 동덕여대 측은 하 교수 논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후속 조치를 밟겠다고 밝혔다.<center><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8020809103886350A">
</center></center>한승곤 기자 hsg@asiae.co.kr허미담 인턴 기자 pmdh031@asiae.co.kr김성현 인턴 기자 sh0416hy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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