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법 출발부터 삐걱…서울대병원 시스템 온라인등록 중단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 일주일 만에 졸속행정으로 파행을 빚고 있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8일 긴급회의를 열고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마련한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을 통한 연명의료 등록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은 의료진이 환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 등 연명의료 절차에 필요한 내용을 전산 입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정부가 통합적으로 연명의료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구축하고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일인 지난 4일 오픈했다. 하지만 전산 입력 절차와 방법이 까다롭고 수정하기도 어렵자, 서울대병원이 아예 사용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서울대병원은 우편 접수를 하기로 했다.서울대병원은 "정부의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이 안정화될 때까지 전산 등록을 보류하고 연명의료 관련 이행서 사본을 우편으로 제출발 방침"이라고 밝혔다.이 시스템에 대한 의료진들의 불만은 오픈 이후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의료 현장에서는 시스템과 병원 내 전자의무기록(EMR)이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들고 있다. 임종기 환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이 시스템에 접속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는지 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시스템 접속도 쉽지 않다. 병원의 공인인증서와 의사 공인인증서로 접속한 뒤 환자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입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의료진들은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상황에서 30분~1시간 걸리는 전산 확인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연명의료법 규정 자체도 현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죽음이 임박한 환자가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때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시행기관도 적다는 것이다. 연명의료법에 따르면 임종이 가까운 환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경우 가족이 환자 대신 연명의료 중단 등에 서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가족 전원(직계 존비속)이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서류 발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환자가 사망한 경우도 발생했다.연명의료계획서를 윤리위원회가 있는 병원에서만 작성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다. 윤리위가 없는 요양병원 등은 말기 암 환자에게 대형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고 오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지난 3일 기준 윤리위가 설치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59개로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장의 불만 등을 받아들여 연명의료 정보처리 시스템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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