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순기자
윤병철 변호사[사진=김&장 법률사무소 제공]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전 기계체조 국가대표 양태영(38)의 '오심 논란'은 역대 올림픽 가운데 손꼽히는 사건이다. 그는 2004년 8월18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하계올림픽 남자 평행봉에서 만점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금메달이 유력했다. 그러나 심판진이 10점짜리 출발점수를 9.9점으로 잘못 채점한 바람에 큰 손해를 봤고, 각 종목 점수를 합친 개인종합에서 순위가 뒤집혀 동메달로 밀렸다.우리 대표팀에서 뒤늦게 오심을 확인하고 판정에 항의했으나 이미 시상식까지 마친 뒤였다. 이 사건은 국제 스포츠계 분쟁을 중재하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까지 넘어가 두 달 넘게 심리를 했다. 국제체조연맹(FIG)에서도 오심을 인정했으나 CAS는 '경기결과를 바로 잡아달라'며 우리 선수단이 제기한 소청을 기각했다. "양태영 측에서 제 시간 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18일 법무법인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만난 윤병철 변호사(56)는 14년 전 일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당시 체조 대표팀에서 변호사 선임 요청을 해 김&장 법률사무소에서 담당 변호사가 그리스로 날아가 양태영의 법률 자문을 맡았다. 윤 변호사는 "시상식이 열리기 전이었다면 판정이 바뀔 수도 있었는데 도착했을 때가 폐회식 하루 전이었다. CAS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전제에 따라 판정 결과를 번복하지 않았다. '조금만 빨리 움직였다면 금메달 하나는 지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스위스 로잔에 본부를 둔 CAS는 동·하계올림픽과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등 큰 대회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개최국에 임시사무소를 열고 변호사단을 상주시킨다. 각국 선수단과 경기단체에서 법률 자문을 받고 CAS에 중재를 신청하려면 변호인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업무를 돕기 위해 개최국에서 스포츠중재변호사단을 따로 구성하는데 대한변호사협회도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활동할 변호사단 35명을 선발하고 지난해 11월7일 출범식을 했다. 윤병철 변호사도 그 중 한 명이다.스포츠중재변호사단은 국선 변호인 개념이다. 특별한 보수 없이 자원봉사로 일한다. 그래도 변호사협회 회원 60~70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외국 선수들까지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학능력과 중재재판을 담당한 경력 등을 심사해 변호사협회에서 35명(선발 20명·예비 15명)을 추렸다.평창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활동할 스포츠중재변호사단[사진=대한변호사협회 제공]
스포츠중재는 경기장에서 내린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원칙에 따라 오심 등 판정 결과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고 윤 변호사는 설명했다. 대신 도핑이나 경기 단체의 불공정한 규정 때문에 피해를 본 선수들을 구제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CAS의 심리는 단심제로 여기서 내린 결론은 승복하는 게 원칙이다. 윤 변호사는 "올림픽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선수의 출전 여부와 관계된 문제가 많아 신속함이 생명이다. 절차도 매우 빠르다. 경기단체의 규정을 빠르게 판단해야 하고, 인권법이나 행정소송 등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도핑 문제로 국제대회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용대(배드민턴)의 심리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2015년에는 서울국제중재센터 사무총장을 맡아 서울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CAS 임원진을 초청하는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윤 변호사는 "CAS에서 심리하는 사건이 1년에 600건 이상이다. 이 분야에 대한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우리 변호인들의 업무 영역을 확장한다는 측면에서 올림픽과 같은 행사에 참여하는 일은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평창에서는 우리 선수들과 관련한 분쟁 없이 메달을 많이 따고, 공정한 대회라는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