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멈춰선 삼성] 권오현 사퇴 이유는 '오너 구속으로 사업전념 어려워'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주요 기업인과의 간담회 겸 만찬에 앞서 열린 '칵테일 타임'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경제인들과 대화 도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 대통령, 허창수 GS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황창규 KT 회장.(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원다라 기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가 연일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사의를 밝힌 것은 오너 구속 후 과중해진 업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삼성은 다른 기업들과 달리 CEO들이 대관등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맡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오너 구속, 삼성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이 해체 된 후 이 특성이 사실상 사라졌다"며 "국정농단사태 이후 삼성 CEO들은 기술 개발, 고객사 미팅등 본래 업무 외에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권 부회장은 평소 사업장, 거래선 미팅등에만 집중해왔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후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 문 대통령 순방에 함께하는 등 그룹을 대표하는 역할까지 맡아왔다. 삼성전자가 미국 가전 공장 설립을 발표했던 시기인 문 대통령 순방때도 가전 담당 CEO인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대신 권 부회장이 순방에 함께했다. 당시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 부회장과 '급'을 맞춰달라고 해 가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권 부회장이 순방에 참석하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공정거래위원장과 4대그룹 간 정책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6월 23일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왼쪽 세번째)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번째), 정진행 현대차 사장(왼쪽 네번째) 등 4대 그룹 대표들이 간담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에 권 부회장이 사퇴한 것은 오너의 부재로 장기 전략을 세우지 못하는데 더해 중국 반도체 업계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그룹 대표 역할까지 해내면서 반도체 사업을 키워나갈 수 없다는 부담감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권 부회장은 사의를 밝히며 "지금 회사는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며 다행히 최고의 실적을 내고는 있지만 이는 과거에 이뤄진 결단과 투자의 결실일 뿐, 미래의 흐름을 읽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선고가 난 지 3일 후인 8월 28일 사내망에 올린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지금 회사가 처해 있는 대내외 경영환경은 우리가 충격과 당혹감에 빠져 있기에는 너무나 엄혹하다"며 "사상 초유의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의 잠정 실적(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5조2000억원) 대비 무려 178.9%가 늘었으며, 역대 최고였던 전 분기 실적(14조700억원)도 한 분기만에 갈아치웠다.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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