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특수교육 현실,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올해는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발표된 지 60주년인 해다. 어린이헌장은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존중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아이에게 우리 교육 현실은 존중보다는 어려움을 감내해야하는 과정이다. 지난달 5일 열린 어느 주민토론회에서 장애 아이 학부모들이 특수학교 설립을 무릎 꿇고, 눈물로 호소한 것이 단적인 예다. 마땅히 존중받아야할 장애 아이의 교육권이 타협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교육이 희망이 아닌 고통이 된 학부모들의 마음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2007년 많은 기대를 안고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서 함께 배우는 '통합된 교육환경'을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통합교육은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단순히 한 장소에 배치하는 물리적 통합 수준에 멈춰 있다.  일반학교의 통합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특수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인근에 특수학교가 부족해 원거리 학교를 다니는 불편함을 겪어야하고,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학교 의무교육에 비해 장애학생의 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보장하고 있지만, 장애인 2명 중 1명은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못한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를 보면 중졸 이하 장애인은 56.6%에 달한다. 적정한 통합교육 환경을 갖추지 못한 일반학교, 그리고 원거리를 통학해야하는 특수학교, 이것이 우리 장애학생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역대 정부는 특수교육이 계속 확충되고 있다고 말해왔다. 정부는 올해 9월 정기국회에 보고한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서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기회 확대 및 지원서비스가 계속 강화되는 추세라 밝히고 있다. 이는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호소하는 현재의 상황과는 큰 괴리가 있다. 특수학교 설립 여론이 비등해지지자 뒤늦게 국무총리와 교육부장관은 특수학교 설립과 특수교사 증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서울교육감은 서울 모든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계속 세워나가겠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도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 촉구 결의 및 성명 등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의 절절한 호소가 정부와 정치권, 우리 사회의 마음을 흔들고 움직이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간 특수학교 설립이 어려웠던 것은 주민 반대도 있었지만, 정부와 정치권, 자치단체와 교육청의 책임도 크다. 정치적 고려가 우선돼 특수교육 환경 개선에 미온적이고, 추진의지 또한 부족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특수교육법의 취지는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는데, 장애학생은 당연히 특수학교를 가야하는 것처럼, 그리고 특수학교만 신설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대증요법에만 의존하고 있다.  교육당국은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이 보장되고, 당당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통합교육을 위한 일반학교의 인적ㆍ물적 기반을 내실화해나가야 한다. 일반학교처럼 지역 내 특수학교 설립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것도 필요하고, 특수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특수교사 확충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장애학생들의 교육기회를 충족할 수 있도록 충분한 특수교육 시설과 예산을 확충해야한다. 우리나라 장애 인구는 273만 명이다. 전체 인구 100명당 5명이 장애인인 셈이다. 이중 88.9%는 사고나 질환 등 후천적인 원인에 의한 장애인이다. 장애는 우리 곁에 있다. 공동체의식 복원과 함께 우리 사회에 특수교육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힘을 모을 때다.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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