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 깎아내리고 文정부와 외교 무드 잡는 中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가 1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을 1면 상단에 게재했다. 인민일보는 '시진핑 주석이 한국 대통령에 당선된 문재인에 축하 전문을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축전 내용을 소개했다. [출처=인민일보 전자판]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문재인 대통령 시대를 맞은 중국은 지난 9년간의 보수 정권을 뒤로 한 한국의 외교 정책 변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로 불거진 한중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한미 동맹 관계를 약화하는 한편 중국과 양자 외교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일부 읽힌다.중국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11일(현지시간) '문재인이 한국의 자주 외교 되찾을까' 제하 사평에서 대북 햇볕정책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우호적인 문 대통령의 당선이 동북아시아 지정학적 정세 변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에 주목했다.신문은 "한국은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집권한 9년 동안 보수적 색채가 외교 정책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국 이익을 지키려는 자주 외교 노력을 포기하다시피했다"며 "한국은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상실했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재조정의 부속품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보호 아래 놓인 한국은 미국 국익을 위해 봉사해야만 했고 정작 한반도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면서 한미 동맹의 의미를 깎아 내렸다.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을 예로 들면서 미국에 의존하던 외교에서 벗어나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편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재개한 점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제는 미국의 요구에 'NO'를 할 줄 아는 외교가 필요하다"고 적은 것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신문은 "한국은 필리핀이 아니고 문 대통령 역시 두테르테가 아니다"라면서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이 처한 외교적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민족의 장기적인 근본 이익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현명한 외교 전략을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중국에서는 문 대통령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드로 꼬인 양국 간 실타래를 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한중 양국이 모두 북한 문제로 씨름하고 있기 때문에 사드 타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중국과의 협상의 포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황진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SCMP에 "중국은 문 대통령의 '손'이 미중 간 전략적 경쟁 사이에 묶여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사드에 대한 이전 정부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면 최대한 배치를 늦추면서 속도 조절을 하고 중국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신문은 전날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 대선 캠프의 외교 안보 조언자로 알려진 인물이다.인민일보 해외판 소셜 미디어 매체인 협객도는 "한중, 한미 관계를 잘 처리하고 미중 간에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가 문 대통령의 가장 어려운 과제"라며 "문 대통령 진영에 중국통(通)이 많은 편이라 상대하기 힘들 수 있지만 그는 진지하게 대할 만한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사드 장비가 한국에 들어와 당장 사드를 철회하라고 하면 새 정부가 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새 정부의 특사단이 조만간 중국에 올 것이며 사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는데 한중 관계의 새로운 발전은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중국은 유화 제스처를 보내면서도 사드를 겨냥한 무력시위를 이어 가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인민해방군 로켓군 부대가 최근 보하이만에서 신형 미사일 발사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한미 연합훈련 기간 위력 과시로 맞대응에 나섰다.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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