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전쟁⑥]천원으로 해결…핫도그·와플 '길거리의 혜자'

장기불황 계속되자 먹거리도 '가성비' 따져 구매 1000원 먹거리 '인기'…배고픈 학생·직장인들 찾아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직장인 김유정(30)씨는 지하철역 근처에서 파는 1000원 와플 가게 들러 아침밥을 해결한다. 그는 "아침밥을 거르고 나와 출출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종종 와플 가게 들른다"며 "가격도 착하다"고 말했다. 실제 와플 기계 앞에 마련된 돈통에는 '와플은 1000원. 사각통에 넣은세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김 씨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1000원 와플로 아침밥 해결이 가능하다"고 만족스러워 하며 "요즘 웬만한 길거리 음식 값이 200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편"이라고 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근처에는 1000원 핫도그 집이 있다. 가게는 1~2평 남짓하며, 가격은 1000원대다. 가장 저렴한 1000원짜리부터 가장 비싼 1500원짜리까지 총 두 종류다. 수험생 홍대호(32)씨는 "아침 대용으로 간단하게 테이크아웃하거나, 점심이 부족하다 싶을 때 간식으로 주로 찾는다"며 "핫도그 값이 1000원이라니…. 어렸을 때 사먹던 가격 같다"고 말했다. 불황형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장기불황이 계속되자 먹거리 지출마저도 아끼며, 가성비 높은 제품들만 찾는 분위기다.

명랑핫도그 이미지 사진(명랑시대쌀핫도그).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장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아침밥 메뉴 선택에 있어서 가성비가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과거 필수재로 분류됐던 '아침밥'이 사치재가 되어가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소비 행태에 대해 '불황형 소비'라고 이름을 붙였다. 불황형 소비란 제한된 구매력을 바탕으로 최대의 만족을 추구하는 게 목적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요소는 과감히 잘라내고, 제품 본연의 가치만 놓고 구매를 결정해야 한다. 김수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저성장 지속 및 소득성장 정체로 인해 비용 절약과 만족의 최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불황형 소비행태가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초부터 먹거리 가격은 줄줄이 인상 중이다. 특히 채솟값을 비롯해 주요 생필품인 라면, 빵, 탄산음료 등 장바구니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높였다. 여기에 외식값 인상까지 더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최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칠성사이다, 펩시콜라, 밀키스 등 일부 음료 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앞서 주류업체인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인기 제품 출고가를 6% 내외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와 농심과 삼양 등 라면업체도 각각 12%, 5% 가량의 가격 인상을 실시했다. 소비자 물가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9% 상승했다. 전년동월대비 생활물가지수는 2.5%, 신선식품지수는 4.7% 상승했다. 직장인 한상아 씨는 "월급 빼고 다 올라 먹거리 마저도 줄여할 판"이라며 "살 떨려서 장을 볼 엄두가 안난다"고 토로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유통부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