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는 국토부 항공전문가는 '0'항공안전감독관 자격증 불요안전 전문기관 설립 시급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 지난 7일 국토교통부가 7개 국적 항공사들의 '입'인 홍보실장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토부가 기내 난동객에 대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은 항공사에 1억~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부정적인 기사가 잇따르자 마련한 긴급 간담회였다. 예정에 없었던 간담회 일정은 하루 전날 통보됐다. 국토부는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입을 다물라'고 경고했다. 기내난동으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는 항공사들이 국토부의 과징금 규제까지 받게 된 억울한 상황을 언론에 얘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A항공사 직원은 "'앞으로 국토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직접하라'고 하더라"면서 "형식은 간담회였지만 실상은 항공사들을 '깨기' 위한 자리였다"고 전했다. # A항공사 전체 임원들은 얼마전 밤 11시 잠자리에 들려다가 카톡을 받았다. 송신자는 국토부 항공안전감독관. 급한 일이니 당장 공항으로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 밤 늦은 시간의 황당한 업무 지시에도 임원들은 항변하지 못했다. 감독관의 심기를 건드려 '튈 불똥'을 염려해서다. 국토부가 '탄핵정국'을 틈타 갑질을 일삼으면서 항공사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가뜩이나 항공사들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어 쓸데없는 규제를 풀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오히려 항공사들을 옥죄는 것이다. 22일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푸는 것이 글로벌의 흐름인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말 기준 23%, 18.1%로 5년 전에 비해 14%, 6.6%포인트 줄었다. 주가도 고꾸라지고 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주가는 고점대비 55%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고,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4455원(전일 종가 기준)으로 액면가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항공사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2012년 2월17일 주가를 100으로 놓고 보면 미국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나이티드항공의 현 주가는 473원, 608원, 325원으로 3~6배 뛰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토부가 규제에 매몰되는 것은 산업진흥을 견인할 항공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항공사의 절대적 갑이라는 감독관의 경우 국가공인 '자격증'을 요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항공사 근무 경력자로 계약직으로 채용된다. 대한항공에서 비행사고로 파면 조치된 기장이 국토부 감독관으로 입사하는 일도 있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옥상옥으로 군림하는 감독관제를 손보고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전문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항공사 관계자는 "각 항공사에 파견된 감독관들이 국토부에 어떻게 보고하냐에 따라 과징금이 매겨지는 구조"라면서 "과징금을 무기로 항공사들의 쥐고 흔드는 현 감독관제를 선진국처럼 '컨설팅' 기능을 하는 감독관제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별도의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경우 9ㆍ11테러 이후 교통부(DOT), 연방항공청(FAA), 교통안전위(NTSB)와 함께 항공안전을 책임지는 교통안전청(TSA)까지 창설했다. 총 4개 기관이 항공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유기적으로 작동된다. 반면 한국은 국토부가 1인4역을 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역대 국토부 장관 중 항공(교통) 전문가가 없었다는 것이 정부가 우리 항공산업을 바라보는 현실"이라면서 "아는게 없으니 국토부가 항공사 사장이나 홍보실들을 불러들여 깨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더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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