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한옥마을·이화벽화마을 등 밤낮으로 몸살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조용하던 마을이 갑자기 유명해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온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관광객 홍수 속에 주민들은 소음 피해와 쓰레기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수십 년 동안 거주하던 주민이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이사하기도 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관광+젠트리피케이션)의 단적인 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주거 지역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지화되다’는 의미의 영어 ‘touristify’와 구도심의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기존 상인이나 세입자 등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합친 말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등이 꼽힌다. 25일 오후 찾은 북촌한옥마을에는 추운 날씨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40년째 살고 있다는 80대 김모씨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시도 때도 없이 외국인 관광객이 마을을 휘젓고 다닌다”며 “시끄럽게 떠들지, 아무데서나 사진 찍지, 담배 피우지, 심지어 노상방뇨를 하거나 불쑥 남의 집에 들어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시끄러워서 이사 간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외국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15년 바르셀로나 주민들이 “관광객들은 돌아가라”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매년 1000만명 넘는 관광객이 몰려오는 통에 골치를 썩이던 주민들이 거리로 나섰던 것이다. 이에 바르셀로나시에선 보케리아 시장 등 주요 관광지의 입장 시간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357만명이다. 시는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를 1700만명으로 잡았다. 내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열려 서울로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투어리스티피케이션 현상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시에서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관광진흥조례 개정으로 북촌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등 관광객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심각한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또 필요하면 실태조사와 개선사업도 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는 바르셀로나 등 해외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사례연구와 북촌한옥마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하반기 안에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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