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현장]한국거래소의 자기부정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그 상징적인 인물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지난 21일 구속됐다. 평소 자신감 넘치고 수려했던 외모와 달리 화장끼 없는 초췌한 모습은 부패한 권력의 말로처럼 비쳐졌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됐지만 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하지만 지난 20일 아시아경제의 ‘시간외매매 실시간 거래·자동 손절매 도입’ 기사에 대한 거래소의 대응은 책임있는 공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어보여 씁쓸하다.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시간외매매에서도 일부 유동성이 양호한 종목들은 정규 개장시간과 동일하게 호가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방식으로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는게 골자였다. 거래소는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현재 검토되거나 정부와의 협의 계획 등이 전혀 없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한국 주식시장이 마감한 이후에도 글로벌 증시 상황 정보를 반영해 거래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들의 편의를 높이려는 취지”라거나, “올해 하반기쯤 (규정 개정 승인 권한이 있는) 금융위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말들을 부정했다. 무엇보다 이 내용들은 거래소가 올해 추진할 업무계획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공허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물론 짐작은 할 수 있다. 권한을 가진 금융위가 아니라 거래소가 새로운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는데 대해 금융위의 심기가 불편했을 수 있겠다. 전례도 있다.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하면서 거래시간 추가 연장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금융위가 검토하지 않는다고 하자 한 발 물러섰다. 같은 달 기자간담회에서는 정 이사장이 공매도를 한 투자자에게 유상증자 참여를 제한하는 등 공매도 제도 개선 방안을 언급했으나, 금융위는 관련 보도에 대해 “여러 대안을 확정된 사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보도”라고 했다. 이후 정 이사장은 언론과 접촉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 이사장이 매년 해왔던 신년 기자간담회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 거래소는 시장과 가장 밀접한 기관이며 그만큼 가려운 곳을 잘 알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문을 걸어 닫고 당국의 눈치만 보면서 뻔히 보이는 자기부정식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신의 직장’에서 내려오려면 솔직한 소통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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