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긴장의 끈 놓지 않으며 법리 방어막 재점검…추가 수사와 기소 가능성 대비, 재판 상황도 준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넘어야 할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결과 앞에서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수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기소를 선택한다면 재판이라는 또 하나의 산이 남았기 때문이다. 삼성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는 이번 사건이 지닌 상징성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은 한국사회를 뒤흔든 핵심 이슈다. 사건의 실체가 하나둘 밝혀지면서 여론은 격앙됐고, 특검의 강경 수사를 기대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특검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법적인 판단은 여론의 기류와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법원은 불구속 재판 원칙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기관이다. 피의자 법률 방어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어떠한 편견도 없이 오직 법과 원칙을 토대로 판단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판단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조의연 부장판사는 "뇌물 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이뤄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검의 강공 드라이브는 제동이 걸렸다.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삼성그룹 관계자는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우며 결과를 기다렸던 삼성 경영진들과 미래전략실 관계자 등은 기각 소식에 안도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구속은 되지 않았지만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을 겨눴던 칼을 칼집에 집어넣지 않은 만큼 추가 공방의 개연성이 높다. 특검은 훼손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후 대응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당장 구속영장 재청구와 같은 초강수를 두기는 어렵지만, 심기일전 자세로 추가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삼성도 특검의 이러한 기류를 인식하고 있다. 특검이 수사결과를 토대로 기소를 선택한다면 결국 판단은 법원의 몫이다. 삼성은 법무팀 등 모든 인력을 총동원해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자금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할 계획이다. 삼성은 박근혜 대통령 등 권력의 강요에 따라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을 역설하면서 피해자라는 점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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