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선, 대통령에 유리한 진술은 ‘술술’ 불리하면 “경호상 비밀”

헌재 “최순실 靑 출입은 기밀, 돈봉투 전달은 기밀 아닌가“ 질책[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기하영 기자]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는 기밀이라면서 대통령의 돈봉투 전달은 기밀이 아닙니까. 대통령이 외부에 돈봉투를 전달하라고 준 게 더 기밀로 보이는데요”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의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의 청와대 출입 여부에 대한 답변거부를 이어가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강하게질책했다.이 행정관은 최씨의 의상실과 그 부근에서 최씨를 수십 차례 만났지만 시종일관 청와대에서 만난 사실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경호원으로서 비밀 준수의무를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행정관은 대통령 수행과 비공식 업무, 근접 경호를 담당한다.재판장인 박한철 헌재소장 등 다수의 재판관들도 “증언 거부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질책했지만 이 행정관은 직무를 이유로 답변거부를 이어갔다. 이날 이 행정관은 증인 신문에서 “대통령 당선 즈음인 2012년 12월께 최씨를 의상실에서 처음 봤고, 당시에 본인은 경호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를 만나기 위해 의상실에 간 것은 아니지만 의상실에 갔더니 그곳에 최씨가 있었고, 당시 의상담당인 ‘홍부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게 이 행정관의 설명이다. 이 행정관은 최씨를 마지막 만난 곳 역시 의상실 부근이고, 시기는 지난해 초라고 진술했다. 이 행정관은 “의상관련 일로 최씨를 수십 차례 만났지만 의상에 대해 논의하거나 청와대로 최씨를 태우고 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으로부터 서류봉투를 받아 최씨에게 건넸고, 거기에는 돈(의상비)이 들어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돈봉투를 건네받아 전달한 시기를 특정하지는 못했다.‘의상비’ 발언은 지난 10일 변론에서 증인으로 나온 윤전추 행정관의 진술에도 등장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윤 행정관은 “최씨를 관저에서 여러 차례 본적이 있다”고 진술한 반면 이 행정관은 이와 관련한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이 행정관은 검찰에 압수된 차명폰(일명 대포폰)과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인하는 국회 측과 재판관의 질문에도 “거기 그렇게 있다면 그런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검찰이 증거로 압수한 휴대전화 내역에는 이 행정관은 최씨 전화번호를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저장해놨고,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구속기소)에게 ‘최선생님 들어가십니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행정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자 재판관들은 “사실을 얘기해야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최씨의) 억울함도 풀어질 수 있다”고 답변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도 거부했다.이 행정관은 한상훈 전 청와대 조리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은 모두 부인했다. 한 전 조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최씨가 주말에 와 있을 때 주변이 시끄러우면 이 행정관이 나와서 ’회의중‘ 푯말을 붙였고, 최씨 방문 때 이 행정관이 안내하고 ’문고리 3인방‘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행정관은 “안내한 기억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같은 증언 태도가 이어지자 국회 측 권성동 소취위언은 “의상실에 가고, 돈봉투를 전달한 사실까지 말하면서 최씨의 청와대 출입에 대해서는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며 “국민적 관심 사항에 대해 왜 증언을 거부하는 지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이 행정관은 앞서 증인으로 나온 윤 행정관과 말을 맞춘 듯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서도 당시 증언과 같은 얘기를 반복했다. 본인은 참사 당일 오전 10시경 TV 뉴스를 보고 관저에 올라가 대기했고, 비슷한 시각 안봉근 전 비서관이 급히 관저에 올라갔고, 오후에는 정호성 전 비서관(구속기소) 관저에 왔다는 것이다.이 행정관은 “참사 당일 오전에는 미용사를 본 적이 없고, 청와대 관저 집무실에는 TV가 없지만 몇 발짝만 움직이면 TV를 볼 수 있는 환경”이라는 등의 진술을 했다.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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