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 재계 청문회]66.4세의 13시간 강행군…이젠 경영정상화로

이재용 부회장에 집중, 삼성청문회 방불…인신공격성 질의에도 차분하고 진솔한 답변 주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원다라 기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진솔하게 소명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한 것 같다." "재계 총수들이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거듭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참담한 기분이다."6일 오후 11시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가 마무리되자 9개 그룹 관계자들은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10시부터 진행된 청문회는 13시간 동안 이어졌다. 고령의 재계 총수들은 국민 여론이 집중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표정과 자세 하나까지 신경을 쓰며 청문회에 임했다. '최순실 청문회'로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기업청문회' '삼성청문회'가 돼 버렸다. 의원 질의의 70% 정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쏟아진 데 대해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이 합리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때로는 진솔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견해를 밝혔다는 얘기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에 대해 "즉흥적으로 말했다고 볼 수는 없고, 삼성그룹이 예전부터 가고자 한 방향과 맞닿아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다른 총수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질문이 많지 않았다.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는 않았지만 무난하게 대응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정 회장은 청문회 도중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심장질환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진단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잘 답변했다고 자평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준조세 폐지나 법인세 인상 등 돌발질문도 무난하게 대응했다"고 밝혔다. 구본무 LG 회장은 의원들의 날 선 공세에서 한발 비켜나면서 청문회 도중 조기에 귀가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은 소신 발언으로 여론의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내부에서는 청문회 취지를 고려해 더욱 몸을 낮추는 분위기다.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이 부회장 다음으로 많은 질문을 받았지만 "비교적 잘 대응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국적논란 등 인신공격성 질의에 대해서는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GS그룹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사로서 허창수 회장이 진솔하게 답변했다고 평가했다. 허 회장도 구 회장과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의원들의 질문이 적었다.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1차 청문회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한화는 건강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김승연 회장이 끝까지 성실하게 청문회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K스포츠·미르재단에 대한 질문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강조해 우리가 소명할 기회를 얻었다"고 밝혔다. 한진은 재계 총수 중 부정적인 질문이 가장 적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진 측은 "사실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했다"고 평가했다. CJ는 손경식 회장이 고령에도 차분한 어조로 의원들의 질의에 맞는 맞춤형 답변을 했다고 자평했다. 최순실 청문회에 출석한 주요 그룹들은 국정조사라는 큰 산을 넘으면서 분위기가 전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문회를 통해 국민여론의 뜻을 헤아리는 자세를 보인 만큼 점차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아직 특검 수사가 남아 있지만 수사 일정과는 별개로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고령의 총수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청문회에 참석해 마지막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려 노력했다"면서 "이제는 미뤘던 경영일정을 소화하면서 내년 준비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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