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 악의 고리 이젠 끊자]권불오년의 정권…기업에 기댄 국정과제의 몰락
'비선실세' 의혹으로 구속수감된 최순실씨가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최순실게이트의 블랙홀에 빠져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정의 리더십은 실종됐고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국민의 삶의 질은 더욱 팍팍해진 가운데 비선실세의 농단에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나"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라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제언을 싣는다. <편집자주>[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정권을 파국으로 몬 최순실게이트의 미르ㆍK스포츠 두 재단의 생성과 소멸을 이끌 뿐만 아니라 박근혜정부의 양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단명을 초래했다.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주도한 청년희망펀드와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출범 2년도 안돼 문닫을 위기에 놓였다. 청년희망재단은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이 맨 처음으로 2000만 원을 기부하며 독려하기 시작하자 대기업 총수와 임직원, 각부처 공직자와 공공기관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석달 만에 모인 돈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올 들어 11월까지 모인돈은 절반인 500억원에 그쳤다. 11월 14일 현재 1455억원 가운데 2016년 책정된 예산은 199억원. 10월말까지 집행된 금액은 59억원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청년 4만7342명에게 고용서비스를 제공한 결과 취업자는 1309명에 그쳤다. 박근혜정부의 시그니처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자멸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화융성과 함께 양대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정책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 온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나름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최순실게이트'라는 화마의 불똥이 튀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1년여의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2842개의 창업 및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해 3094억원의 투자유치를 끌어냈으며 1443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는 등 지역 창조경제의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두고 과거에 대기업의 자금이 소모성 경비처럼 쓰이던 과거와 달리 창조경제센터는 기업지원과 투자유치, 고용창출 등의 생태계 조성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그러나 재단법인으로 설립돼 정부ㆍ지방자치단체ㆍ기업이 함께 운영비를 지원해 온 전국 17개 센터 중 서울센터의 서울시 예산 20억원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정부가 제출한 창조경제 관련 사업 예산도 국회에서 삭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16년 창조경제·문화융성 업무보고 슬로건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면 창조경제센터가 폐지되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기도의 경우 남경필 지사가 새누리당을 탈당키로 하고 여소야대의 도의회 구성을 감안하면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센터 지원금을 삭감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전라북도는 당초 전북센터의 내년 예산을 올해보다 크게 늘리려고 했으나 국비 증액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지방비를 올해와 똑같은 10억원으로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상당히 큰 부분에 대해 삭감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적어도 일부는 삭감이 현실화될 공산이 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달 4일 문제사업 예산 조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확산 예산 86억 원 중 81억 원을 삭감키로 했다.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일부에선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센터장 자리의 구인난을 겪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정권이 바뀌면 부처의 존립자체도 어려우질 전망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담기업들도 어려운 경영상황과 전망으로 자리가 바뀌고 있다. 전남센터는 GS와 함께 한국전력이 추가로 참여기관에 추가됐고 인천센터는 한진에 추가로 KT가 울산센터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추가됐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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