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혼부부 40% '혼전동거 커플'

주로 베이징·상하이 고학력 커플…부모 재혼에는 여전히 보수적 시각

중국 베이징 거리의 젊은 연인들(블룸버그뉴스).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의 사회관습이 놀라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오랫동안 금기시돼온데다 2001년 전만 해도 공식적으로 불법이었던 혼전 동거가 흔해진 것이다.1980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혼전 동거 커플은 1%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이징(北京)대학의 전문가들이 2010~2012년 진행한 '중국가정추적조사' 결과 같은 기간 결혼한 신혼 부부 가운데 40% 이상이 혼전 동거를 거친 커플로 나타났다.일부에서는 40%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공식 기관인 중국혼인가정공작연합회(中國婚姻家庭工作聯合會)가 최근 조사해보니 1986년 이후 태어난 중국인 가운데 60%가 혼전 동거에 들어갔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젊은이들의 혼전 동거율이 미국 젊은이들과 맞먹게 된 것이다.중국에서 혼전 동거에 들어가는 젊은이가 느는 이유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무엇보다 개인주의가 점차 강해지고 여성의 경제력이 세지는데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고 혼전 섹스를 금기시한 전통 사고방식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는 훨씬 나아진 경제여건도 한몫했다. 많은 커플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살만한 경제적 능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그러나 중국 젊은이들의 혼전 동거에는 독특한 특징이 하나 있다. 선진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커플들이 동거를 택한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베이징ㆍ상하이(上海) 같은 부유한 도시에 거주하는 고학력 커플들이 주로 동거를 택한다.미 프린스턴대학 국제지역학연구소의 셰위(謝宇) 교수와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의 유자(於嘉) 연구원은 "중국의 젊은이들이 동거를 '혁신적 행동'으로 간주하곤 한다"고 지적했다.
흔히 동거 커플이 늘 경우 신혼 커플은 줄게 마련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동거란 결혼의 대안이 아니라 결혼의 전주곡이다. 결혼은 여전히 필수나 다름없다.다만 그동안 이어져온 '한 자녀 정책', 남아선호사상으로 남녀 성비(性比)가 크게 왜곡됐다. 그 결과 가난한 농어촌 지역에 총각이 크게 늘었다. 도시의 고학력 여성 중 일부는 결혼을 거부하기도 한다.몇몇 서양 국가의 동거 커플은 결혼한 커플 못지 않은 법적 권리를 누리고 법적 의무도 진다. 그러나 중국의 동거 커플은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한다. 따라서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는 '후코우(戶口ㆍ우리나라의 호적과 유사)'에 오르지 못해 교육과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1980년대만 해도 중국 사회는 여성의 혼전 순결을 중시했다. 혼전 동거는커녕 대놓고 데이트하는 것조차 눈총을 받곤 했다. 그러나 지금 중국은 성혁명의 한복판에 서 있다.2012년 조사 결과 중국인들의 혼전 성경험 비율은 7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0년 사이 혼전 성경험 연령은 낮아지고 섹스 상대가 많아진 것으로 드러났다.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많은 젊은이가 부모 세대의 재혼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 세대에서도 동거 커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재혼을 꺼린다. 자식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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