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완행열차] 폰 안의 유령, '증강현실 귀신'이 구렸던 까닭

네이버 증강현실 웹툰 '폰령' 감상기, 신기술은 도구일 뿐 스토리텔링이 전율 부르는 것

네이버 증강현실 웹툰 '폰령' 1회 (이미지 - 네이버)

(이 기사는 네이버 웹툰 '폰령'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공포 콘텐츠와 테크놀러지의 결합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사용자에게 생생한 경험을 안겨주는 체감형 기술은 특히 공포물과 어울린다. 그래서 3D나 가상현실(VR) 등 첨단기술이 적용되는 콘텐츠 1순위는 포르노(이건 절대적이다), 그 다음이 공포물이었다.증강현실은 현실 세계에 가상의 생명체나 물체가 실제로 등장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3차원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의 만남'이란 콘셉트는 공포 콘텐츠에 더없이 적절해 보인다.때문에 올 여름 증강현실게임 콘텐츠 '포켓몬고'가 등장했을 때 해당 기술을 공포물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품은 사람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증강현실을 공포소재로 활용한 웹툰이 등장하기도 했다. 단편 웹툰 '주머니 귀신'은 주인공이 '귀신'을 잡는 증강현실게임에 빠졌다가 저주가 씌어 죽임을 당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네이버는 증강현실(AR)을 공포 콘텐츠와 결합시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웹툰에 자바스크립트나 플래시로 구현된 화면전환 효과를 넣는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 최신 기술과의 융합을 꾀한 것이다. 오늘(24일) 그 결과물인 웹툰 '폰령' 시리즈 첫회가 공개됐다. 네이버웹툰 서비스는 이같은 신개념 웹툰을 알리기 위해 한달 전부터 '2016 마지막 공포', '절대 눈을 감지 마시오'라는 홍보문구로 공포웹툰 마니아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인터랙티브와 만화를 결합한다는 건 분명히 새로운 발상이었다. 하지만 기술적인 요소를 가미한다고 해서 공포물을 보는 재미를 배가시키진 못했다. 기술과 공포의 만남에 스토리는 왕따를 당했기 때문이다. 본편의 이야기는 '여행을 갔다가 허름한 숙소에서 만나게 되는 악령'이라는 클리셰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다.웹툰 전용앱으로만 콘텐츠에 구현된 인터랙티브 요소를 볼 수 있는 이 만화는 보려고 클릭하자마자 폰카메라에 접근하도록 해달라는 알림 메시지를 보낸다. 차후에 스마트폰 카메라가 공포 효과를 구현하는데 쓰이게 될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화면을 스크롤하다 결말 부분에 이르면 혹시나 색다른 전개가 있을까 싶었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뀐다. 역시나…! 결말 부분에 카메라 기능이 작동한다. 카메라가 비추는 현실 세계 위에 죽은 소녀의 혼령 이미지가 떠다니는 것이다. 이 만화를 본 독자의 반응은 호불호가 갈린다. 방에서 보다가 깜짝 놀라 전화기를 던졌다는 이가 있는가 하면 포켓몬 고처럼 둥둥 떠다니는 귀신을 잡아야 하는지 고민했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네이버 웹툰 기획자에게 드리고픈 말이 있다. 신기술을 적용한 콘텐츠가 주는 충격효과는 빠른 속도로 무뎌진다는 것이다. 처음 호랑작가의 '옥수동 귀신'이 나왔을 때만 해도 플래시로 만든 3차원 효과가 갑자기 튀어나올 때의 충격 때문에 많은 공포마니아들을 환호하게 했다. 이후 만화가들은 너나없이 프로그래머와 손잡고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귀신을 넣은 공포 웹툰을 잇따라 제작했다.

'폰령'은 신기술을 적용했을 뿐 스토리텔링이 부족했다. (출처 - 네이버 웹툰 '폰령' 이미지 캡처)

하지만 이같은 웹툰은 벌써 '옛것'이 되어 버렸다. 올해 네이버에서 내놓은 납량특집 시리즈 '비명'의 에피소드 대부분이 이같은 형식을 차용하자 네티즌의 비난이 속출했다. 슬그머니 분위기를 공포스럽게 잡아가다가 귀를 찢는 괴성과 함께 귀신이 튀어나오는 만화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화면 전환 기술이 적용된, 이른바 '효과툰'으로는 공포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결국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건 기술이 아닌 스토리텔링의 문제다. 깜짝쇼는 더 이상 독자의 구미를 자극하지 못한다. 화면효과를 자제하고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잔잔한 몰입감으로 독자의 심장을 저격했던 주동근 작가의 공포웹툰 '귀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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