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일취월장, 일취월시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우리 국민들은 일취월장(日就月將)이란 4자 성어를 좋아한다. 단어의 뜻 그대로 ‘날마다 성취하고 달마다 발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취월장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누구나 날아갈 듯 기분이 좋을 것이다. 일취월장은 시경(詩經)의 주송(周頌)편 경지(敬之)에 나오는 글귀다. 3000년 전 중국의 주(周)나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주나라를 세운 무왕(武王)이 죽고 나이 어린 성왕(成王)이 대를 이었다. 나이가 너무 어려 숙부 주공이 7년간 섭정을 했다. 어린 성왕이 연로한 신하들 앞에서 자기 포부를 밝힌다. "나는 아직 어리고 어리석지만 날마다 배워서 나아지고 달마다 발전(日就月將)할 것이니, 여러분도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고 나에게 덕행을 보여주시오." 일취월장의 마음가짐으로 국정을 배운 성왕은 섭정이 끝나자 30년 동안 친정하면서 반란을 진압하고 영토를 넓히고 나라를 안정시켰다. 성왕 사후에도 주나라는 200여년을 더 존속했다. 일취월장은 건배사로도 활용된다. 경상북도에서는 올해부터 일취월장을 '일찍 취직해서 월급 받아 장가가고 시집 가자'는 뜻으로 바꿔서 쓰고 있다. 경상북도가 시행하는 청년 일자리 대책의 성공을 기원하는 취지라고 한다. 이처럼 의미가 달라진 짝퉁(?) 일취월장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현재 우리나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고용빙하기, 고용절벽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겠는가. 정부도 청년실업 대책의 하나로 '일-학습 병행'을 지원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일취월장'과 같은 맥락에서 추진하고 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의 고졸 채용을 장려하고 있다. 전문대학과의 연계도 시도하고 있다. 고졸 취업 이후 본인이 원하면 사이버대학이나 야간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일과 학습을 병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일취월장’이 가능해질까.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고졸 취업과 대학 진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중학생들의 직업 체험을 늘리는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폭넓은 직업의 세계를 알면 자기에게 맞는 직업을 찾기가 쉬워진다. 자유학기제에 대한 중학생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이 감소하고 자살률도 감소하는 부수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수업 만족도가 높고 창의적 인재를 키워내는 데 기여하는 자유학기제가 고등학교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고졸 취업과 대학 진학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일취월장’도 많아질 것이다. 또 하나는 산업현장의 요구에 맞는 교육시스템을 정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교육의 확산이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전문대학 등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산업현장에서 요구되는 직무능력을 체계화한 NCS에 기반하여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취업능력이 제고되고 취업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모든 직업을 귀하게 여기고, 기업 내의 불합리한 임금격차를 줄이고, 능력과 성과에 기반한 인사 평가가 정착돼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일찍 취직해서 월급받아 장가가거나(일취월장), 시집가는(일취월시) 사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그래야 50대의 어깨가 가벼워지고 60대의 노후도 편안해진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하고 나라경제도 활력이 넘칠 것이다. 일취월장, 일취월시하는 청년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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