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더이상 '호재' 아니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이제 증권가에서 시내면세점 특허권은 더 이상 호재가 아니다. 지난해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이 적자 상태로 주가가 선정 전 수준보다 떨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면세사업이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상황은 달랐다. 지난해 7월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특허 입찰을 앞두고 관련주들은 100% 이상 급등세를 나타내며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당시 면세점 사업자가 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발표를 앞두고 슬슬 오르더니 나흘 만에 120% 급등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부처와 증권가 관계자를 대상으로 사업자 선정 정보 사전 유출 여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었다.이번 면세점 특허 입찰에서는 지난해와 같은 관련주들의 이상 급등 현상은 사라졌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주가 상승 모멘텀이 떨어지면서 상식적인 수준에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와 같은 그림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도 면세점 사업자 손익을 따져보고 현실을 직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제출한 SK네트웍스는 4일 전 거래일보다 1.49% 상승한 679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네트웍스는 특허신청서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해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4일까지 10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고 상승 마감했다. 이 기간 5920원이었던 주가는 6790원까지 올라 열흘 새 15% 가까이 올랐다. 시내면세점 특허권 경쟁에 뛰어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역시 각각 2.20%, 1.69% 상승했으며 호텔신라는 0.82%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면세점=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면세점 특혜주들이 사업자 선정 이후 오히려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던 탓이다.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경우 지난해 사업자 선정 이후 사흘 만인 7월14일 13만1000원에서 이달 4일 현재 4만3100원까지 떨어졌다. 1년 2개월여 만에 3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이번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면세점주 중 가장 많이 상승한 SK네트웍스도 면세점 사업 재도전이 아닌 동양매직 인수가 호재가 돼 주가가 올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입찰에서 선정 혹은 탈락한 기업 모두 주가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자체가 호재가 아닌 이유는 작년 1~2차 시내면세점 입찰에서 선정된 두산,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등 3개 기업 주가가 모두 선정 전 수준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이제 시내면세점 사업은 특허권 획득보다는 실적과 수익성에 주가 향배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신라호텔과 롯데 등 기존 면세점 사업자의 수익성이 좋았기 때문에 면세사업을 시작하면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며 "하지만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이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수익성이 부진하면서 과거보다 면세점 사업 메리트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탈락한 기업 입장에선 이번 입찰이 마지막인 만큼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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