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지원키로 결의한 긴급자금 1100억원은 하역이 시급한 싱가포르항과 수에즈·파나마 운하 인근 선박에 투입될 전망이다. 싱가포르는 중국과 함께 가압류·입출항 거부 등 비정상운항 선박이 많은 지역이다. 지난달 30일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불가 결정이 내려지자 마자 싱가포르항에서 한진로마호가 가압류되면서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이 본격화됐다. 23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전날 오전 기준 싱가포르항 인근 해상에 발이 묶인 선박은 한진루이지아나호, 한진뉴욕호, 한진골드호 등 총 15척이다. 아직 화물을 내리지 못하고 공해상에 묶여 있는 전체 선박 66척의 22%가 싱가포르 해상에 묶여 있다는 얘기다.이 중 가압류된 한진로마호는 5308TEU(1TEU=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으로 한진해운이 직접 소유하고 있다. 독일 선주인 리크머스가 용선료 체납을 이유로 이날로 24일째 한진해운 선박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원의 스테이오더 최종 승인 결정이 나오는대로 조만간 하역작업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하역업체들과 비용인하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진골드호
중국에서는 가압류 2척(한진수호호, 한진로테르담호)·입출항불가 3척(한진킹스톤호, 한진뒤셀도르프호, 한진터키호) 등 총 5척의 선박이 볼모로 잡혀 있지만 스테이오더 절차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나라와 스테이오더 협약을 맺은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협상이 쉽지 않다"면서 "현지법상 비슷한 절차로 진행 가능한지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하역비 등 문제로 항만에 정박하지 못하고 공해상을 떠도는 컨테이너선은 전날 오전 기준으로 아직 66척이 남아있다. 당초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를 주도하는 법원은 컨테이너를 모두 하역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약 1700억원으로 추산했으나 하역작업이 지체되면서 비용은 2700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한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던 자금 가운데 200억원은 이미 투입했고, 전·현직 대주주의 사재 500억원에 대한항공(600억원)과 산업은행(500억원)의 지원금 1100억원을 더해도 여전히 900억원이 부족한 셈이다. 문제는 하역 지체가 길어지면서 용선료와 연료비 등 새로운 비용이 매일 24억원씩 불어나고 있어 물류대란 해결에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발생한 미지급 용선료만 해도 400억원이 넘는다. 바다위를 떠돌던 화물이 하역되며 물류대란이 일단락된다고 해도 소송 리스크에 맞닥뜨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 140억달러(16조원) 어치가 볼모로 잡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화주와 용선주, 중소포워딩업체들의 손해배상청구 줄소송도 우려된다.법원 관계자는 "용선주와 화주 등 채권자들이 선박 압류을 통한 국제소송에 잇따를 경우 법원이 해결해야 할 채권액 규모가 조 단위로 확대되면서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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