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대한항공이 이르면 22일 오후 운송비 채권을 담보로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400억원을 포함해 1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로써 발등의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하역 비용과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한진해운의 운명은 여전히 풍전등화다. 앞서 대한항공은 21일 오후 7시30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자금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운송비 채권) 2300억원을 담보로 600억원을 대출형식으로 지원키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22일 오전 중에 한진해운과 자금지원 약정서를 체결하고 법원의 허가를 받은 뒤 이르면 이날 오후 중에 자금을 집행할 것으로 보인다.
600억원은 하역비와 체불대금 지급 등으로 사용하게 된다.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97척 가운데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30척 뿐이다. 한진해운은 아직 화물을 내리지 못하고 공해상에 묶여 있는 선벅 67척을 미국ㆍ일본 등 압류 위험이 적은 '세이프티존'으로 이동시켜 하역할 예정이다. 하역 지체로 필요자금이 당초 예상보다 늘어 한진그룹이 확보한 1000억원과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내놓은 100억원 등 총 1100억원으로는 물류대란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다. 이에 산업은행도 500억원을 긴급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어림없는 상황이다. 당장 용선료와 연료비 등으로 하루 210만달러(약 24억원)씩 채무가 늘어나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지난 21일간 새로 발생한 비용만 480억원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소송 리스크다. 화물 140억달러(16조원) 어치가 볼모로 잡힌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화주와 용선주, 중소포워딩업체들의 손해배상청구 줄소송도 우려된다.이들 채권자들이 선박 압류을 통한 국제소송에 잇따를 경우 법원이 해결해야 할 채권액 규모가 조 단위로 확대되면서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약정된 운송 시점에서 3∼4주가 지나면서 화물 운송에 차질을 겪고 있는 일부 화주들이 손해배상소송을 본격화할 수도 있다"면서 "선적된 화물 가액이 14조원에 이르므로 손해액이 조 단위까지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소송에 따른 배상액을 최소 1조원에서 최대 4조원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우리 독자적인 운송망이 사라질 경우 해외 선사들의 독과점은 더욱 심화되고 운임도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9위 홍콩 컨테이너선사인 OOCL의 마이클 피츠제럴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마린머니 컨퍼런스에서 "아시아~미주항로에서 7%를 차지하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단기적으로 운임 폭등이 올 것"이라면서 "한진사태로 상당수의 선박이 계선하거나 해체할 가능성이 커 중장기적으로 해운업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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