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오는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법원을 유례 없이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김영란법을 어기면 위반 정도에 따라 과태료 부과와 형사처벌이 모두 가능한데, 행정처분의 영역인 과태료 부과도 판사가 재판을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으로서는 업무 가중이 불 보듯 뻔한 데다가 재판에 관한 세부 규정도 존재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과태료 재판 연구반(연구반)'이다. 20일 대법원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지역 법원들을 중심으로 자체 연구반을 만들어 과태료 재판 매뉴얼을 작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법원은 오는 10월 중순께 매뉴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법원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법 위반자의 주장이나 소명을 듣고 사실관계를 다투는 모든 절차를 재판에서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점에서 행정청의 과태료 부과 처분에 불복해 벌어지는 기존의 행정소송과 김영란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재판은 전혀 다르다"고 덧붙였다. 확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과태료 부과 처분이 적법한지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 사건의 경위와 관련 당사자들의 주장을 토대로 처음부터 심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 따른 과태료 사건이 법원에 얼마나 많이 몰려들 지는 법원 관계자들도 가늠하지 못하지만 상당한 수준의 업무 가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2015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본안사건 접수가 가장 많았던 서울서부지법의 경우 판사 1인당 약 1045건의 재판을 처리했다. 김영란법 위반 사례가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서울지역 전체를 놓고 보면 서울중앙지법(1001건)과 남부(861건)ㆍ북부(740건)ㆍ동부지법(711건) 또한 판사 1인당 처리사건 수가 과중한 수준이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관계자는 "판사들은 사건에 치이고, 그러다보면 '재판의 질'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면서 "김영란법 사건이 몰리기 시작하면 그런 논란이 가중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법 위반자가 처분에 불복해 이의제기를 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진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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