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조직이론가로 유명한 찰스 페로 미국 예일대 교수는 지난 1984년 그의 저서 ‘Normal Accidents’를 통해 아무리 안전장치를 강화한다 해도 피할 수 없는 사고인 ‘정상 사고’가 존재하며, 복잡해진 사회시스템은 사고 발생 위험을 증대시킨다고 경고한 바 있다. 30년이 훌쩍 지났지만 현대사회의 다양한 사건·사고를 보면 그의 말은 여전히 영향력이 있다. 그렇다면 그의 말대로 피할 수 없는 사고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가정할 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리더들의 재난대비에 대한 관심과 평상시 노력에서부터 그 답을 찾고 싶다. 911·테러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됐을 때다. 그곳에 입주해 있던 기업들이 정상운영을 재개하려면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놀랍게도 다음날 정상영업을 실시했다. 수년간 꾸준한 대피훈련으로 붕괴되기 직전 3500여명의 직원이 빠져나왔고, 이중화된 재해복구 시스템과 대체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예측 불가능한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리더들이 먼저 인지하고 준비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우리에게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고 잘 알려진 US항공 1549편의 불시착사고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2009년 1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55명을 태운 항공기는 이륙 5분 만에 새떼와의 충돌로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기장인 체슬리 슐렌버거는 회항하는 대신 뉴욕 고층건물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했다. 또한 비상착륙 후 2분 만에 매뉴얼대로 기내 승객들을 전원 탈출시키고, 탑승자 명단과 탈출한 승객들을 모두 점검했다. 그의 침착하고 정확한 대처로 한 명의 희생자 없이 전원 구조될 수 있었다. 기장은 잘 대처할 수 있었던 이유로 항상 비상상황에 대비한 교육과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왔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답했다. 위 두 사례는 한 사람의 특별한 재난관리 컨트롤러만 있어도 재난상황에서 수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 특별함은 평상시 재난에 대비한 시스템과 꾸준한 교육 및 훈련의 결과로 얻어지기 마련이다. 반복된 교육과 훈련을 사고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누구나 위기상황에서 ‘특별한’사람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많은 사람들, 여러 기관이 연계된 조직의 리더일수록 현장에서의 영향력은 더욱 크다. 이러한 중요성을 잘 알기에 국민안전처는 올해 최초로 전국 시도 및 시군구 부단체장을 대상으로 ‘통합지원본부장의 임무와 역할’에 대해 재난안전 전문교육을 실시했다. 각 지자체는 재난 발생 시 재난현장통합지원본부를 설치, 운영한다. 지자체의 부단체장은 재난현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재난이 발생한 경우 통합지원본부장의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하기에 재난현장의 손과 발이 되는 지자체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우선 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교육에는 262명의 대상자 중 총 247명이 참석해 94%의 높은 참석률을 보였다. 재난대비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을 유도하고 독려하는 것이 중앙부처의 역할이기에 내년에도 교육을 더 알차게 보완, 지속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중앙과 지방이 함께 재난대비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도 마련할 것이다. 재난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리더들에게 공통적으로 들을 수 있는 단어는 ‘평상시 반복적 훈련과 교육’이다. 지자체 리더들에게 재난안전 전문교육 실시를 통해 그들의 임무와 역할을 명확히 인지시키고, 재난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공유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재난 시 신속한 상황판단, 재난피해 최소화 등 성공적 재난관리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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