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 저출산 막겠다는 당국자님, 요즘 임신부들 폭발 직전이라는데요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서울 영등포에 사는 직장인 박효진(33·가명)씨는 최근 임신을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한 병원 및 산후조리원비와 육아용품에 쓸 비용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산후조리가 중요하다고 들어서 조리원에 들어갈 생각인데, 출산비용만 최소 500만원은 필요할 것 같아서 목돈을 어떻게 마련할 지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박씨처럼 출산 전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예비엄마들이 늘고 있다. '베이비푸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임신과 출산·육아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는 가정을 일컫는 말이다. 요즘 엄마들에게 출산은 곧 '돈'문제다. 임신을 해도 당장 매달 들어가는 산부인과 진료비와 입체초음파니 정밀초음파니 하는 고가의 초음파비용, 기형아·양수 검사비용 등 갑자기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기를 낳은 뒤 산후조리비도 만만치 않다.30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159곳의 2주 이용 요금은 평균 299만원으로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3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자료의 임금근로자(약 1923만명)의 올해 1~3월 월평균 임금인 241만2000원보다 월등히 많다.산후조리원은 출산을 한 산모들이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으로 아기를 돌봐주는 사람이 상주해있고 수유나 목욕법 등 육아에 관한 정보까지 알려줘 산모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코스로 여겨진다. 임산부의 59.8%는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출산력 조사' 결과가 이같은 현실을 뒷받침한다.3주 동안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는 조모(32)씨는 "2주에 300만원이 넘는 비용은 부담스럽다. 하지만 돈만 생각해서 몸 회복을 안했다간 평생 고생이라는 생각에 산후조리원을 찾게 되는 게 현실이다"라며 "주위를 보면 비용부담 때문에 요즘은 시댁이나 친정에서 지원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래픽=이경희 디자이너
육아용품 지출도 부담이다. 당장 필요한 신생아 침대·옷,수유용품 등을 구입하는데도 꽤 많은 돈이 든다. 주변에 좀 더 일찍 출산한 지인이 있어 육아용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행운이다. 유안타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육아용품시장에서 신생아 1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548만원으로 2010년(285만원)에 비해 5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얼마 전 첫째를 출산한 직장인 강예진(29)씨는 출산 비용과 아기용품 준비로 1000만원 가까이 썼다. 강씨는 "산부인과 진료는 비급여가 많아 검사비도 비싸다"며 "정말 기본적인 것만 했는데도 목돈을 썼다. 원래 두 명 정도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출산 전부터 이렇게 돈이 많이 드는걸 알게 되니 솔직히 망설여진다. 저출산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정부의 출산대책은 거의 다자녀가구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첫째를 잘 낳고 키우게 해주면 저절로 둘째도 낳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지난해 출산율은 1.24명으로 OECD 최하 수준이지만 정부의 저출산 보완대책은 여전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문제에 대한 개선사항이 없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공공산후조리원 보급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인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을 통해 민간시설로 운영되는 산후조리원에 안전관리 및 비용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해 출산율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밝혔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한편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 없이는 낮은 출산율을 높이기 어렵다"며 "아이 양육을 위한 부모의 사적 지출 수준은 높다.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대안이 마련되어야하며 아동수당 도입 등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이경희 디자이너 moda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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