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국기자
O tvN 방송의 특강쇼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의 한 장면
어른의 '콘텐츠'를 갖추지 못한 어른들을 배려하는, 저 방송사의 강의교실이야 나무랄데 없이 기특한 일이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표현에는, 부실한 어른에 대한 공개적인 견적이 숨어있는 게 다소 불편할 수도 있다. 모양만 어른이지, 속은 전혀 어른이 되지 못한, 성장정지의 피터팬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세상에 대한 절묘한 풍자의 냄새도 있다.콘텐츠를 갖추면 어른이 되는가. 품성을 혁신하고 사회성을 돋우면 어른이 되는가. 어른이 된다는 건 또 무슨 의미인가. 제 자식을 끔찍히 사랑하고 제 가족을 챙기는 일은 어른의 모양새인가 혹은 아닌가. 제 아비나 어미는 잊어버리고 세상에 나가 다른 상전에게는 아낌없이 굽신대는 행위는 어른이 할 짓인가 혹은 아닌가.그저 무슨 일이든 해서 돈을 벌어와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서의 어른 노릇, 윗사람으로서의 어른 노릇, 이웃에 대한 어른 노릇, 세상에 대한 어른 노릇, 그 모든 게 다 결여되어가고 있는 요즘에, 어른 콘텐츠가 과연 역사 지식이나 맥락 몇 개 더 알고 고사성어나 리더십 교본 따위를 습득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어쩌다 어른이 된 존재로,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내면의 빈 곳들을 훔쳐보며, 뭐가 어른의 표지인지도 뭐가 중한 것인지도 알지 못한 채 나이의 빈 간만 서둘러 채워가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기묘한 제목 하나의 심문.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