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조항, 여론 떠밀린 졸속 입법 지적…국보법 '불고지죄' 예로들며 '극히 이례적인 입법' 우려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재판관 5명이 위헌 주장을 내도 정족수에 미달되면 결론은 합헌이다. 하지만 모든 사안에 재판관의 견해가 일치할 수는 없다. 김영란법 역시 재판관들의 견해는 엇갈렸다. 결과적으로는 합헌으로 정리됐지만, '위헌' 소신을 굽히지 않은 재판관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이 김영란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위헌 주장의 취지를 분석한다면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이 있을 때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언론인과 사립교원을 공직자에 준해서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삼은 것에 대해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부패 행위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의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소 추상적인 이익을 위해 민간영역까지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한 효율성 측면에서도 적정한 수단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와 동일하게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으로 삼은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그 적용대상의 자의적 선정이라는 의심이 들게 한다"면서 "진지한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에 의한 금품수수 금지 하한선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일부 재판관들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정미, 김이수, 안창호 재판관은 "사실상 공직자 등은 청탁금지법의 입법취지와는 무관한 일상적인 사적 금전거래마저도 모두 할 수 없는 것이 된다"면서 "이는 보호법익의 침해가 없는 행위마저 금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공직자는 물론 언론인, 사립교원 등의 배우자가 김영란법에 의해 금지된 금품을 수수한 것을 알았을 때 이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일부 재판관은 위헌을 주장했다.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재판관은 "형사법체계상 불고지죄를 처벌하는 경우로는 국가보안법 제10조의 불고지죄 외에는 그 예를 쉽게 찾기 어렵다"면서 "처벌되지 않는 본범의 행위를 알고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을 처벌하는 불신고처벌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형태"라고 지적했다.<center><div class="slide_frame"><input type="hidden" id="slideIframeId" value="2016072910322257398A">
</center>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