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안주 & 캠핑요리] 가지가 품은 여름의 맛, 가지 달걀 베이크

자주 가는 채식 식당에서 친구와 약속을 잡았다. 제법 나와 입맛이 잘 맞는 친구인지라 주저 없이 그 친구도 분명 좋아할 거란 확신을 갖고 메뉴를 추천해 줬다.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친구가 불쑥 고백하듯 말을 뱉는다.

“나는 가지 잘 못 먹어. 물컹하기도 하고 가지 보라색이 먹으려고 생각하면 뭔가 어색해.”

그날 고른 메뉴 중에 가지 리소토가 있었는데 시키지 말자 거절은 못하고 먹다가 슬쩍 접시 밖으로 빼놓을 수도 있으니 이해하라는 말이었다. 수더분하고 털털한 친구가 가지를 못 먹는다는 얘기를 수줍은 소녀처럼 고백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서로 웃으며 밥을 나눴다.

그러고 보니 내 주위에 가지를 못 먹는 사람이 많다. 특별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익으면 물컹하고 미끈거리는 식감 때문에 기피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대로 나는 여름이면 제철 맞은 가지를 틈날 때마다 사다가 여러 가지로 만들어 먹어 ‘가지를 먹을 줄 아는’ 어른 입맛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애칭까지 들은 적이 있다.

이렇듯 대부분 익혀진 식감 때문에 가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만 내 경우는 가지하면 고모할머니 텃밭에 자라던 가지가 먼저 생각난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맛 중의 하나는 이제 막 나기 시작한 꼬마 가지를 따서 먹었던 것이다. 오이 깨물어 먹듯 가지를 와삭 깨물면 상큼하고 싱싱했던 향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익은 가지도 손사래 치는 친구에게 채 익지 않은 어린 가지의 맛을 어떻게 설명해 줘야 할까. 직접 가지를 키우지 않으니 어린 가지의 싱그러운 맛은 아쉽게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가지의 계절이 지나기 전에 요리 몇 가지 만들어 ‘가지 맛을 즐길 줄 아는’ 어른으로 만들어 줘야겠다.

가지 달걀 베이크

가지 달걀 베이크

주재료(2인분)

가지 1개, 슬라이스 치즈 1장, 식용유 1, 소금 약간,

달걀물 재료

달걀 2개, 우유 50ml, 파마산 치즈 3, 마늘가루 0.5, 다진 파슬리 적당량

만들기

▶ 요리 시간 40분

1. 가지는 0.3cm 두께로 슬라이스 한 후 오븐 용기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가지를 가지런히 담고 소금을 뿌린다.

2. 분량의 달걀물 재료를 섞는다.

3. 달걀물을 가지를 담은 용기에 붓고 슬라이스 치즈를 얹는다.

4.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25~30분 정도 굽는다.

글=요리연구가 이정은,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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