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차장
사진=아시아경제 DB
세상이 바뀌면서 '촌지문화'도 많이 사라졌다. 촌지를 범죄시하면서 경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교를 둘러싼 '검은 거래'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표적인 게 교사채용을 둘러싼 '검은돈' 의혹이다. 수사당국의 단속이 이어져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노만석)가 발표한 수사결과도 씁쓸한 학교 현실을 반영하는 내용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A학원의 교사 채용비리 실태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A학원 이사장(학원 설립자 아들)과 이사(이사장의 동생), 행정실장 등은 교사와 직원 등 9명을 채용하는 대가로 6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힌 내용은 사립학교 교사채용을 둘러싼 비리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30대 교사 B씨는 자신을 A학원 여중 교사로 채용해주는 대가로 이사장 등 3명에게 1억5000만원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A학원의 여고 교사가 되고자 이사장, 이사, 행정실장 등에게 돈을 전달한 이들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이 학교 교사로 채용하는 대가로 이사장, 이사, 행정실장에게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배임증재)로 교사 3명의 아버지와 어머니 등이 불구속 기소됐다. 자식들을 교사로 만들고자 1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가 부모마저 형사처벌을 받을 위기에 놓인 셈이다. A학원의 한 중학교 교사 어머니는 자식의 채용 대가로 학교 측에 4000만원을 전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광주에서 적발된 교사채용 비리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광주 C고등학교 이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낸 3명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교사로 채용해준다고 속여 합계 2억5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이번에 발표한 수사 내용은 사립학교를 둘러싼 교사채용 비리의 일부일 뿐이다. 이번에 적발된 광주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교사채용 비리가 자행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검찰의 정밀 수사를 통해 세상 밖으로 범죄 혐의가 드러날 때도 있지만, 자신들만이 아는 '은밀한 거래'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교사가 되고자 1억원이 넘는 돈을 학교 측에 전달한 이들이 교사가 되고 난 뒤 촌지 문화와 무관할 수 있을까. 이른바 '본전 생각'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촌지를 걷으려 하지는 않을까. 이번 사건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 사이의 불신도 증폭될 수밖에 없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립학교 교사채용 과정에서 비리를 통해 불법적인 이득을 취득하는 행위를 엄단하겠다"면서 "비정상적인 관행을 이용해 구직자들을 울리는 취업사기 사범도 지속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