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구조조정①]현대重 퇴직 떠미는 '살풍경 고속승진'

버티는 팀장 무보직 발령에 연차 안 된 차장급 불안한 승진저성과 대리, 과장들은 분사할 사업부로 발령내 첫 월급날이었던 10일 "특근 없어져 100만원 들어와" 시끌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백형록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앞줄 오른쪽 세 번째)과 함께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혜민 기자]'등 떠미는 회사, 버티는 직원'  현대중공업이 인력을 줄이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9일 희망퇴직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사무직과 생산직을 합쳐 약 1500여명이 희망퇴직 신청서를 냈다. 현대중공업은 3000명 감축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겨우 목표의 절반이 신청했을 뿐이다. 자의로 신청한 직원들은 이미 조선소를 떠났고, 남기를 원하는 직원들은 버티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은 승진이나 발령, 분사, 임금삭감으로 갈등이 커지고 있다.  15년 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3년 전 차장을 달았던 김미숙(41ㆍ가명)씨는 최근 선박 관련 부서 팀장이 됐다. 보통 20년차가 훌쩍 넘어야 팀장 명함을 팔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초고속' 승진이다. 하지만 누구도 승진을 축하해주지 않았다.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선배만이 김 팀장의 어깨를 두드려줬을 뿐이다. 그가 승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 팀장이 보직해임 됐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지만 버티는 바람에 회사가 내린 조치다. 희망퇴직을 '재촉'하는 것이다. 요즘 울산 조선소에서 부장ㆍ팀장급 직원들이 무보직 발령을 받아 차장급들이 빈 자리를 메우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수 있다. 김 팀장은 "나도 곧 (희망퇴직) 대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동료들과 가족들은 내가 승진한 것을 오히려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대리ㆍ과장급들도 퇴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각 부서별로 실적이 좋지 않거나, 상사에게 밉보인 직원들을 추려내 분사할 사업부로 발령을 내는 경우도 있다. 선박 관련 생산직이었던 대리를 비조선 부분으로 옮기는 식이다.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분사하면 연봉의 70% 밖에 받지 못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며 "연차 낮은 직원들에게는 월급이 줄어들어도 회사를 다니든가, 그게 싫으면 나가든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식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선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사측은 지원업무 부서들을 대상으로 분사 작업에 들어갔다. 동력부ㆍ보전부ㆍ장비지원부ㆍ시설공사부ㆍ인재운영부 소속 정규직 직원 994명을 대상으로 분사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 부서에는 연차가 높고 임금을 많이 받는 고참급 직원들이 주로 포진해있어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다, 노조 활동도 활발하지 않아 첫번째 대상이 됐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들 부서를 분사해 자회사로 전환하면 노조 단체협상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며 "사측은 임금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분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당이 폐지된 이후 첫 월급날이었던 지난 10일에는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게시판이 시끌시끌했다. "20년차 (세금) 떼고 160만원 들어왔다" "주말 특근 없고 세금 떼고 100만원조금 넘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6월부터 주말ㆍ휴일근무 수당이 없어지며 임금이 연차에 따라 수 십 만원씩 크게 줄었다. 7월부터 고정연장근로수당이 사라지면 월급이 더 낮아지게 된다. 사측은 연월차 수당을 내년부터 없애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런 각종 수당이 없어지면 과거 대비 연간 1000만원 가량의 연봉이 줄어들 것이라 예상돼 크게 술렁이고 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13일부터 파업관련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참가 노조원은 모두 7000명으로 노조는 투표 종료 후 개표 결과와 함께 향후 투쟁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사무직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거제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무직 중 노동자협의회 소속이 아닌 직원들은 7000명 규모다.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다음, 저성과자 중심으로 정리해고에 들어갈 방침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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