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상선 고비 넘겼지만 갈 길 험하다

현대상선이 정상화를 위한 전기를 마련했다. 선박용선료(임차료) 협상이 타결 수순에 들어갔고 총 8000여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채무조정에도 잇따라 성공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회생을 위한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정상화까지는 가야할 길이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현대상선 채권단은 자율협약 조건으로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 3개 조건을 내걸었는데 두 개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졌다. 핵심이자 난관인 용선료 협상에서는 그동안 피 말리는 협상 결과 '의미 있는 성과'를 내 사실상 '타결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측은 28% 정도 인하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20% 안팎이 유력하다고 한다. 타결이 되면 현대상선의 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사채권자 채무조정이라는 2차 관문도 넘을 게 확실하다. 우선 어제 서울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열린 3건의 사채권자 집회에서 협상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채권자들은 63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50%는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2년간 상환을 유예한 뒤 3년간 분할해 갚도록 하는 채무재조정안을 통과시켰다. 오늘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1700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용선료 인하와 총 8043억원 규모의 채무재조정에 성공한다면 해운동맹 가입만 숙제로 남는다. 현대상선은 2일 서울에서 열리는 기존 해운동맹인 G6 정례회의에서 제3의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을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한다. 해운동맹 퇴출은 상선회사에게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이 경우 국내 해운업과 화물을 처리ㆍ운반하는 항만과 물류산업 등 우리 경제도 큰 타격을 받는다. 추가 협상에서 반드시 가입될 수 있도록 현대상선과 금융 당국 모두 사활을 걸고 달려들어야만 하는 이유다. 현대상선 구조조정이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한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름을 적게 먹는 초대형 '에코쉽'으로 무장한 글로벌 대형 선사들과 대적할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는 대규모 선박펀드를 조성해 1만4000 TEU급 초대형 선박 10척을 새로 건조해 빌려준다는 계획이다. 부채비율을 40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해운경기가 언제 어떻게 살아날 것인지, 경영의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해운사가 무너지면 항만 경쟁력도 함께 쇠락한다. 하지만 경쟁력 없는 해운사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것은 더 큰 재앙이다.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정부와 해운사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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