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수 사라지고 '김영란法' 된서리…5월 '꽃시장'의 눈물

카네이션 경매·거래량 매년 감소세, 선물 트렌드는 현금·건강식품으로

[아시아경제 기하영 수습기자] "가정의 달 특수요? 지난 2월 졸업시즌보다는 낫지만 예년에 비하면…." 11일 새벽 찾은 서울 양재동 꽃 시장은 분주했다. 경매가 있는 날이라 신선한 꽃을 도매로 사기 위해 상인들로 붐볐다. 그러나 이곳의 도매상들은 "경기불황 때문에 예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2층에서 화훼 부자재를 파는 상인 역시 "가정의 달 특수는 전혀 없다"며 "예년에 비해 수요가 전혀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 경매실적을 보면 카네이션 성수기인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거래량이 매년 줄고 있다. 어버이날 전 10일간(4월 27일∼5월 7일) 카네이션 거래량(전 품종)은 2014년 20만9448속, 지난해 19만4367속, 올해 18만7105속으로 감소했다. 20송이가 1속이다. 최근 3년간 5월 초순 장미·카네이션의 대표 품종 경매 거래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꽃 시장 성수기에 되레 화훼시장이 시들고 있는 셈이다.권영규 aT 화훼공판장 절화부장은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했고, 가정의 달 선물 트렌드가 현금, 건강식품 등으로 바뀌면서 카네이션을 찾는 이들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값싼 조화, 비누꽃, 사탕꽃 등 카네이션 대체재 역시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고 덧붙였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돈 주고 꽃을 사기 아깝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도 원인이다. 2014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실시한 '화훼·인삼·녹차의 소비행태 조사'에서 '화훼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깝다'는 응답이 36.2%로 가장 많았다. 화훼 소비를 생활 필수품으로 여긴다(31.6%)거나 일반 농산물과 같다(29.2%)고 생각하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특히 20대는 절반 이상인 59.7%가 꽃을 돈 주고 사기 아깝다고 답했다.국내에서 꽃은 80% 이상이 선물과 경조사용으로 쓰여 소비와 생산이 경기를 많이 탄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비싸고 효용 가치가 낮은 생화 꽃다발도 부담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난과 같은 분화시장도 경기 불황에 예년과 같은 특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6년 째 양재꽃시장에서 화원을 운영 중인 심상인(66)씨는 "경기가 위축되면서 난을 선물하는 이들이 줄고 있어 가정의 달 특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올 9월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에 앞으로 화훼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2011년 2월부터 공무원에 보내는 축하 화환과 화분을 3만원 미만으로 규제해 관련 소비가 이미 30~40%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꽃 선물은 우리의 미풍양속인데 김영란법으로 꽃 선물이 부패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권 절화부장 역시 "화훼 소비는 김영란법이 쥐약"이라며 "화분은 강북에서 강남에 가는 데만 3만원인데 5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그는 "상한선을 15만원으로는 늘려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경조사형 꽃소비 문화를 생활형으로 바꿔야 화훼 시장의 근본적인 불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상인들은 오는 14일 로즈데이와 16일 성년의 날 등을 앞두고 가정의 달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장미의 가격은 전날부터 오름세로 전환했다.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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