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출가女 상속후순위 옛 관습법 합헌

여성 차별 관습법 놓고 합헌·각하·위헌 엇갈려…'제사 주재 등 사회상황 반영'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출가한 여성을 상속 후순위로 두는 옛 관습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재판관 4(합헌)대 3(각하)대 2(위헌) 의견으로 민법 시행 이전의 구 관습법 중 '여호주가 사망하거나 출가하여 호주상속인 없이 절가된 경우, 유산은 그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승계하고 가족이 없을 때는 출가녀(出家女)가 승계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청구인 A씨 어머니는 1940년 혼인하면서 호적에서 제적됐다. A씨 어머니는 유일한 자녀였다. A씨 할아버지는 1948년 사망했고, 할머니가 '여(女)호주'가 됐다. 할머니도 민법 시행 이전인 1954년 사망했다. 할머니 사망 당시 호적부에는 할아버지 이복동생이 가족으로 남아 있었다. 이복동생은 1963년 '일가창립신고'를 했고, 할아버지의 가(家)는 1969년 호적이 말소됐다. A씨는 할아버지 부동산이 어머니에게 귀속됐음을 전제로 소유권이전등기말소나 소유권확인을 청구했다. 법원은 유산은 절가된 가(家)의 가족이 출가녀에 우선해 승계한다는 관습법을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고, A씨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사진=아시아경제DB

헌재는 위헌에 따른 의결 정족수(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위헌 찬성)를 채우지 못해 합헌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재판관 의견도 합헌, 각하, 위헌으로 갈릴 만큼 의견이 엇갈렸다. 박한철, 김이수, 강일원, 서기석 재판관은 합헌 의견을 통해 "관습법이 절가된 가의 재산을 그 가적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 우선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재산관리나 제사 주재 등 현실적 필요와 민법 시행 이전의 사회상황과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나름대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진성, 김창종, 조용호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관습법은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없으므로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관습법에 대한 위헌심사는 법원이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안창호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이 사건 관습법은 호주를 정점으로 하는 남계 혈통을 중요시하는 호주제를 기반으로 가(家)의 재산은 타가(他家)에 있는 자에게 유출돼서는 안 된다는 관념을 토대로 한 것이며, 그 근저에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혼인으로 인해 종래 소속되어 있던 자신의 가를 떠나 부(夫)의 가 일원이 되는 출가녀와, 혼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가적 내에 남게 되는 남성을 유산 승계에 있어 차별 취급하고 있다"면서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 양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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