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상장폐지된 평산차업집단의 본사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있다. 서류에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직물염색가공 공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본사는 실체가 없다. 평산차업은 홍콩거래소에 원주를 상장한 후 주식예탁증권(KDR)으로 코스피에도 상장했다. 하지만 2014년 주가가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후 한국거래소의 개선 요구를 거부하면서 결국 상폐됐다.평산차업의 사례에서 볼수 있듯이 조세회피처에 본사를 두고 있는 외국계 상장사들의 지배구조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상장사가 세금 회피와 자국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주회사 형태로 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후 국내에 우회 상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한국 증시는 대만, 중국 등 다른 국가 증시 보다 상장 요건이 상대적으로 쉽다. 실제 크리스탈신소재는 ‘중국- 홍콩-케이맨제도’로 이어지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대주주의 국적 문제로 인해 2014년 대만 상장에 실패했다. 대만의 경우 중국인이 30% 이상 소유한 경우 엄격하게 상장심사를 한다. 조세회피처에 본사가 있는 것 처럼 지배구조 투명성이 없을 경우 상장을 거부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기업이 상장을 위해 케이맨제도에 지주사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지만 크리스탈신소재 처럼 3단계를 거치는 것은 흔하지 않다”며“상장예비심사에서 지배구조 및 대주주 국적문제에 대해 심도있게 심사를 하고 상장을 결정했다”고 말했다.문제는 우리 증시가 조세회피처 기업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국내에 상장하려는 외국계 기업들도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세금이나 규제에서 벗어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크리스탈신소재의 사례에서 보듯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계 기업들의 상장심사 요건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며“우리나라에서는 조세회피처에 본사가 있더라도 상장을 해준다”고 말했다.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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