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체ㆍ쇠퇴기 제조업 다시 일으키려면

수출 제조업체 10곳 중 8곳이 주력 제품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매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데다 가격하락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대 주력 제조업체 300곳으로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다. 제조업의 현주소이자 한국경제 부진 근인이 어디에 있으며, 처방전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내용이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 제조업의 부활,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의 약진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정부와 기업 모두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만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66.3%가 주력제품의 매출 확대가 더디고 가격과 이익은 떨어지는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다. 매출과 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쇠퇴기'에 들어섰다는 기업은 12.2%였다.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고(高)이익을 거두는 '성장기'라고 답한 기업은 21.5%에 그쳤다. 새로운 시장이 태동하는 '도입기'라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응답은 컴퓨터와 섬유, 평판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에서 많았다.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도 적지 않았다. 쇠퇴기는 선박과 섬유, 평판디스플레이 순으로 많았다. 한마디로 섬유ㆍ조선 등 노동집약적인 산업 뿐 아니라 IT산업까지 모든 제조업체들이 미래가 불투명한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한 꼴이다. 기업들이 이 같은 난관에 봉착한 원인은 후발국의 추격과 시장변화 등 외적인 요인 외에 내부의 구조개혁과 혁신 부진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미래성장동력 창출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TV와 휴대전화, 반도체 등에서 한국을 턱밑까지 추격한 데 이어 차세대 먹을거리라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도 선두주자인 한국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계는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수주잔량에서 지난달 세계 3위를 기록하며 '한국 조선업 빅3' 아성을 깼다.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기업은 스마트로봇ㆍ무인차 등 혁신적 제품의 상용화를 적극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신산업은 걸음마 단계다. 기술과 노하우도 부족하다. 시장선점이 중요한 신산업에서도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규제를 더 과감하게 풀고 연구개발(R&D) 지원으로 제조업체들의 신사업 투자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 금융ㆍ노동개혁으로 사업환경을 개선하는 일도 필요하다. 제조업 재도약 여부에 저성장 해법이 달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