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보는 한국&뮤지컬…교포 배우 전나영 '잘하지만…'

웨스트엔드에 이어 국내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 맡아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세상이 혼란스럽잖아요. 프랑스 파리에서는 끔찍한 테러가 났고 서울 첫 공연을 앞두고는 광화문에서 시위가 벌어졌어요. 이렇다보니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레미제라블'의 힘을 다시 느낍니다. 이 작품은 악을 이기기 위해서는 악이 아닌 끝없는 사랑과 용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뮤지컬 배우 전나영(26)은 '레미제라블'의 가치를 되새겼다. 그는 무려 30년 동안 상연 중인 영국 웨스트엔드의 '레미제라블'에서 동양인 최초로 '판틴' 역을 맡았고, 같은 역할로 고국인 한국 무대에 데뷔했다. 그는 네덜란드 동포 3세다. 그러니 이 작품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나영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고향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했다.'레미제라블'이 한국어 초연 3년 만에 돌아왔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원작이다. 빵을 훔친 죄로 긴 시간 옥살이를 한 장발장은 신분을 위조해 범죄자 낙인을 지우려 하지만 경감 자베르는 그런 그를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끈질기게 쫓는다. 장발장을 체포하는 일이 자베르가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자베르는 프랑스 혁명의 격동 속에서 장발장의 무한하고 숭고한 인간애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전나영은 "이 작품은 판단에 앞서 사람과 역사를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준다"고 했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장면

'레미제라블'은 1985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한 뒤 세계 44개국 319개 도시의 무대에서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한국 관객은 '프랑스 혁명'을 시대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각별히 사랑했다. 이 뮤지컬은 2012년 12월 7일 대구에서 개막해 18대 대선을 앞둔 민중의 가슴을 들끓게 했다. 관객은 마지막 장면을 장식한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을 들으며 새 시대를 향한 기대와 열망을 품었다. 전나영은 "초연한 지 30년이 흘렀지만 '레미제라블'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작품"이라고 했다.전나영은 작품에 매몰되기보다는 작품을 통해 현실을 보고 끊임없이 교류한다. 프랑스 정부가 파리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를 폭격하는 뉴스를 보며 "우리 세대는 직접 겪지도 않은 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 때문에 아직도 아파하는데 어떻게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하는지, 우리가 그렇게 희망이 없는지 '레미제라블'을 통해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전나영의 이런 생각은 한국에서 공연하며 더욱 깊어졌다. "네덜란드라는 평화로운 곳에서 태어나 자랐기에 정치나 역사적 갈등은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어요. 한국이 처한 상황을 보면 감정적으로 힘들지만 '레미제라블'을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도움이 돼요." 생김새는 우리와 비슷하지만 나고 자란 곳이 다른 전나영. 그에게 이방인이 보는 한국 뮤지컬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한국 배우들이 웨스트엔드 배우들만큼이나 노래를 잘하고 연기에 있어서는 더욱 열정적이라고 감탄했다. 그는 "특히 오전에 연습하고 오후에 공연한 뒤 술 마시러 가는 앙상블은 정말 대단하다"고 했다. 다만 작품의 내실보다 무대의 화려함에 집착한 뮤지컬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팝 콘서트처럼 느껴져서 아쉬웠어요. 너무 쉽게 가는 건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80~90%를 차지하는 젊은 여성 관객 외에도 다양한 계층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공연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One day more'

"'레미제라블'은 관객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기에 더욱 빛이 나요.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봐 주세요. 그리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기 위해. '레미제라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 함께 싸우자!'고 하잖아요."임온유 기자 io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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