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결국 금리 인상 단추를 누르지 못했다. Fed는 17일(현지시간) 최고 정책의결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밝히면서 금리 동결을 발표했다. 금리 인상 결정 가능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고 판단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가에서 9월 금리 인상 시나리오는 대세였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이 부진해도 미국 경제는 '나 홀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시장의 거품 붕괴를 막기 위해 비정상적인 제로 금리 기조를 마감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도 이날 오전 한 간담회에서 "미국 경제는 금리를 올려도 될 만큼 충분히 강해졌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9월 FOMC에선 9대1이란 압도적 표차로 금리 동결을 결정, 오히려 시장을 당황시켰다. 결국 최근 불거진 중국발 쇼크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과 여전히 목표치를 한참 밑돌고 있는 인플레이션, 화려한 고용지표 속에 감춰진 실질 임금 문제 등 3대 악재가 Fed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날 발표된 정책 성명에는 "최근 세계 경제와 금융 상황은 경제활동을 약간 제약할 수 있고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의 추가 하향 압력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장이 완전히 새롭게 추가됐다. 최근 불거진 중국 증시 혼란과 경제성장 둔화 우려와 함께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Fed에 급부상한 고민거리였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재닛 옐런 Fed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신흥시장 문제는 우리의 새로운 초점이 되고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 초만 해도 옐런 의장은 불안한 글로벌 경제로 인한 미국의 금리 연기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고려는 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경제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Fed의 금리 정책 결정과정에 글로벌 경제 상황이란 변수를 가급적 줄이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옐런 의장도 중국발 쇼크와 글로벌 경제 부진이 예상보다 더 심각하게 미국 경제 회복세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일부에선 'Fed가 미국이 아니라 유엔(UN)의 중앙은행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인플레이션도 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든 골칫덩이다. Fed는 그동안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으로 완전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Fed가 인플레이션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물가지수는 지난 7월 1.2% 상승을 보였을 뿐이다. 당분간은 저유가와 글로벌 경제 부진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2%대 목표치에 근접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금리 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는 이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Fed로선 성급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 하강의 빌미를 촉발하는 무리수를 두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옐런 의장의 마지막 고민은 '무늬만 완전고용'이다. 옐런 의장은 기자회견 도중 저금리 기조가 결국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Fed의) 경기 부양적 정책의 가장 중요한 실적은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옐런 의장은 "우리는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이 정체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Fed가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라는 강력한 무기를 앞세워 경제를 부양하고 있는 동안 미국의 실업률은 8월 5.1%까지 떨어졌다.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Fed 주변에선 실업률은 화려하지만 저소득층의 실질임금이 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Fed가 지금 금리를 올리면 저소득층의 실질 임금 회복 기회를 봉쇄해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주장이었다. 결국 이틀간 열렸던 FOMC 회의에선 이 같은 국내외 악재들을 이겨낼 만큼 미국 경제가 아직 견고하지 못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던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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