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녹조 해결 위해 신곡보 철거 VS 장·단점 봐야'

환경운동연합·대한하천학회, 16일 한강녹조·신곡보 문제두고 토론회 개최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최근 한강 잠실수중보 하류구간(잠실대교~행주대교)이 사상 최악의 녹조현상을 겪고 있다.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신곡수중보가 철거돼야 한다는 주장과, 보 철거가 또 다른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는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한강 녹조사태 원인과 대책 : 신곡수중보 철거는 필요한가?'를 주제로 전문가·시민단체 토론회를 개최했다.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한강 서울구간 중 잠실수중보 하류구간 일부에 사상 첫 조류경보를 발령했다. 이후 남조류세포수가 물 ㎥당 15만개를 넘어서자 시는 잠실수중보 하류구간 전체로 경보를 확대한 상태다.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에 나선 전문가들은 이번 한강 녹조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유례없는 가뭄과 하수를 꼽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사실상 2012년부터 가뭄이 계속돼 팔당댐의 방류량이 평년의 50% 수준으로 감소, 유속(流速)이 느려진데다 지난달 25일께 서울지역에 내린 20㎜의 비 탓에 한강 내 오염물질이 쌓여 녹조 대량 번식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발제를 통해 "올해 한강 녹조현상은 한강 물의 체류시간, 수온 및 일조량, 영양염류(인) 등 세가지 요인이 맞아 떨어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는 극심한 가뭄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이 연구원은 이어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해 한강 구간에서 방류되는 인(燐·Phosphorus)의 양은 3000t(톤)이 넘는다"며 "아울러 부족한 하수처리시설로 인해 정화되지 못한 빗물 등이 한강으로 그대로 방류되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설명했다.김포대교에 위치한 '신곡수중보' 역시 물의 흐름을 막아 녹조현상에 일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곡수중보는 조수간만의 차에 영향을 받는 한강 수위 조절 등을 위해 한강 하구에 설치된 1007m의 수중보(湺)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도 발제를 통해 "한강의 유속이 느려지고 영양염류 농도가 높아지는 주요 원인으로 신곡수중보를 꼽지 않을 수 없다"며 "기상현상을 통제할 수 없고, 하수처리장을 확대해도 모든 오염물질 배출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남은 것은 물의 흐름을 막는 시설(보)을 해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신곡수중보를 해체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입장이 엇갈렸다. 장석환 대진대 교수는 "신곡보가 녹조에 영향을 줬을 개연성은 있지만, 한강 녹조의 필요충분조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신곡보를 철거할 경우 조류(潮流)에 의해 표사(漂砂·뻘)가 한강바닥으로 올라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김영란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신곡보는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 당시 준설로 낮아진 한강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보를 해체하면 수위가 낮아지게 되고, 이는 지하수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지반침하·도로함몰 등의 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강 하류에서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찬수 행주어촌계장은 신곡보 보다 인근 난지·서남물재생센터의 악영향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하수처리장에서 쏟아지는 영양염류 제거에 대해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박 계장은 "세계 최대의 서남물재생센터에서 방류하는 인·질소와 같은 오염물질이 녹조현상의 근본 원인"이라며 "잠실 위는 먹는 물이라고 아끼면서 하류는 왜 무시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곡보 철거를 통해 한강의 물 순환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됐다.이 연구원은 "하천바닥은 항상 정체돼 있는 것이 아니라, 물과 물이 만나 바닥이 뒤집어지고 변화할 수 있어야 한다"며 "하수종말처리장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신곡보가 장애가 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박 교수는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밀물이 들어올 경우 상승압력이 발생, 오염물이 썰물에 의해 쓸려내려간다고 한다"며 "신곡보 상·하류의 녹조유무와 강 바닥의 상태를 비교해보면 보가 가지는 역기능이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한강 녹조현상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 기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김 연구위원은 "서울시의 평균온도 상승은 세계 평균 두배를 웃돌고 있는데다, 예측치에 따르면 2100년까지 가뭄빈도는 현재의 3.4배 증가하게 된다"며 "이제는 녹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활형 환경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