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서울대기질개선포럼] 관광정책 근본 패러다임을 새로 짠다
[아시아경제 김봉수 유제훈 원다라 정현진 기자]까만 옷깃은 더이상 산업화의 상징이거나 가부장의 돈때묻은 자부심이 아니다. 하루만 입어도 하얀 셔츠가 까매질 정도라면 건강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뿐이다. 이른바 '웰빙족(族)'은 먹거리에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갈수록 늘어나는 웰빙족들은 하루를 머물더라도 조금 더 깨끗한 환경을 선택하고 있다. 맑은 공기는 여행지를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판단 요소다. 스모그가 잔뜩 낀 도시를 '건강 염려증'을 가진 웰빙족이 기꺼이 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차량 2부제를 강제하고 일시적으로 공장까지 멈춘 것도 이런 점을 경계한 것이다.바야흐로 '맑은 하늘'이 도시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거주하는 시민의 삶의 질과 관광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서울시민들의 높은 관심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 서울 대기질 개선포럼'에서 확인됐다. 서울시와 아시아경제신문, 맑은하늘서울만들기 시민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포럼에는 예상 인원을 훨씬 뛰어넘는 400여명이 몰렸다. 중국과 몽골 등지에서 넘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는 물론 시내의 자동차와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시민들은 발표자와 토론자들의 발언을 주의깊게 들었다. 1~2세션을 골라 듣는 다른 포럼과 달리 오전부터 오후까지 내내 자리를 지키는 청중이 유독 많았다. 대기환경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특히 대기질은 물론 지하공간의 공기질에 대한 발표내용과 차량 내부에서 실내공기를 어떻게 해야 쾌적하게 할 수 있는지 등의 내용에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이날 포럼에서는 서울의 대기상태가 10여년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기질을 보다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선 강력한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 정책과 자동차 수요 억제 정책ㆍ체계적인 전기차 보급 전략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이어졌다.정흥순 서울시 대기관리과장은 "서울의 초미세먼지ㆍ미세먼지 등은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산화질소ㆍ아황산가스 등도 완만히 감소하고 있으며 환경 기준치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월1일부터 5월31일까지 대기질 상태를 집계한 결과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전년동기 대비 3.3 ㎍/㎥ 감소했다. 이는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다. 미세먼지도 황사 관측일을 제외한 평시 기준 전년 대비 8㎍/㎥ 감소해 역시 관측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아황산질소도 전년 대비 0.002ppm 감소했다.다른 참석자들도 10여년 전에 비해 개선됐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전철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은 "10여년 전 만 해도 와이셔츠를 입고 나가면 목덜미가 시꺼멓게 됐고, 버스 뒤에서는 까만 매연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대기오염물질의 농도가 외국 선진 도시에 비해 2~3배 가량 높다는 점에서는 참석자들 모두가 경계하는 눈빛을 보였다. 특히 최근 들어 중국발 고농도 오염물질이 포함된 황사와 국내 자동차 배기가스가 급증하는 등 서울의 대기질이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듣기도 했다. 실제 이날 발표된 서울시 자료만 보더라도 '침묵의 살인자'라 불리는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서울(24㎍/㎥)의 경우 미국 뉴욕ㆍLA 등 선진도시에 비해 1.3~1.7배 높은 수준이었다. 또 국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57.5%를 차지하는 자동차 배기가스도 최근 10여년 새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포럼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과 전기차 보급 확대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아이디어들도 나왔다. 김영국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대기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도시의 차량 통행량을 줄이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재 신촌 1곳 뿐인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시내 곳곳에 추가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 소유주들에게 중앙버스전용차로 이용을 허가하는 등 운행상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서울시나 정부의 대기질 관리 정책이 '있는 듯 없는 듯' 하다는 따끔한 질책도 나왔다. 송상석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20년째 그대로인 혼잡통행료 등을 보면 서울시가 대기질 개선을 위한 교통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지역별 혼잡통행료 징수 지역을 확대하고 교통유발부담금을 인상하는 한편 운행제한 지역 확대 및 단속 강화 등 노후 중대형 경유차 진입 제한의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전거 등 대체 교통 수단 우선 정책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송 사무처장은 특히 "(대기질 개선을 위해) 여러 교통 사업이 시행되고 있지만 정책 당국자의 인내심 부족, 이해당사자간의 낮은 협력, 시민들에게 전달되는 부정확한 정보 때문에 교통사업의 사회적 합의가 실패한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기질이 악화될 경우 시민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미세ㆍ초미세먼지의 경우 호흡기 질환부터 심근경색ㆍ뇌졸중ㆍ폐암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까지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ㆍ인천ㆍ경기지역 호흡기ㆍ폐렴 질환 연간발생률은 7만1866건에 달한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인체피해, 노동ㆍ농어업 생산성 감소, 지구온난화까지 합산하면 32조~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실정이다. 동종인 맑은하늘만들기운동 시민운동본부 위원장(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은 "대기오염이 시민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맑은 하늘 만들기' 대열에 동참하는 시민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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