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수익성 강화 방안 통해 역사 내 점포 등 수익시설 확보 추진...역사 위 임대주택 분양도...화장실 없는 역사 등 공공성 및 안전 문제 우려 제기돼...시 '요금 인하 위한 조치, 향후 안전 및 방재 관련 대책 검토 예정'
아시아경제DB. 경전철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때는 2025년 어느날. 최근 개통된 서울 경전철 신림선을 타고 가던 A씨는 갑작스러운 배탈에 낭패를 당할 뻔 했다. A씨는 지하철에서 내려 화장실을 찾다가 결국 못 찾았고, 급한 나머지 안색은 창백해지고 식은 땀까지 흘렸다. 알고보니 이 역에는 수익성 창출을 위해 화장실 대신 임대 점포가 들어서 있었다. 화장실은 지상으로 올라와야 있었다. 그러고보니 몇년 전 새로 개통된 경전철 역사는 지하도ㆍ승강장ㆍ게이트 등 할 것 없이 여유 공간마다 임대 점포ㆍ사무실 등 수익시설이 너무 많아 이용하기가 불편하기로 악명이 높았다. 화재 등 긴급 대피때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가상의 이야기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다. 아시아경제신문이 최근 입수한 서울시의 경전철 건설사업 수익성 확보 방안 문건을 살펴 보면 수익 시설을 늘리기 위해 역사내 화장실 공간까지 수익 시설로 전용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정 투입없이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서나 요금 인하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최소한의 공공성ㆍ시민편의와 안전 등은 확보해야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시 도기기반시설본부는 지난 5월 말 이같은 '서울시 경전철 수익성 확대방안'을 확정해 담당 부서에 통보했다. 2014년 7월, 2015년 3월 박원순 시장이 두 차례에 걸쳐 수익성 극대화 방안을 검토하라는 요청에 따른 결과물이었다.이에 따르면 시는 아직 협약체결 이전 상태로 실시 설계 반영이 가능한 신림선의 경우 역사 내부 수익공간 확보는 물론 역사 지상부에 임대주택ㆍ근생시설을 짓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103, 106 정거장에는 임대주택 3636㎡, 근생시설 2224㎡, 주차장 등 1181㎡ 등 총 7041㎡의 수익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시는 이로부터 임대주택 199억원, 근생시설 134억원 등 330여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는 역사 출입구ㆍ환기구가 설치되는 사유지와 연계한 대규모 역세권 복합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사업 추진은 철도 시설 및 근생시설은 사업 시행자, 임대주택은 SH공사가 맡는다. 시는 역세권 주변의 지역 특성을 반영해 용도지역을 상향해주는 한편 역세권 역할 수행을 위한 복합ㆍ입체 용도 도입, 경전철 출입구ㆍ환기구 설치시 인센티브 제공(상한용적률제공) 등 지구단위계획 변경도 계획하고 있다. 신림선 101, 102, 14, 106, 107, 108, 109정거장에서는 234㎡의 점포ㆍ사무실 등 임대 수익 공간을 확보해 23억4700만원의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 또 104번 역의 1번 연결 통로에는 지상 화장실 사용을 전제로 역사내 화장실 공간을 수익 공간으로 전용해 124㎡의 수익 공간을 확보해 4억2800만원의 수익을 낼 계획이다. 105번 정거장에서는 200㎡의 아케이드를 만들어 6억9300만원의 수익을 올릴 예정이다.
서울시 경전철 노선도
시는 이미 구조물 등의 시공이 많이 진행된 우이~신설선(공정률 60%)은 추가적인 구조 변경이 어려운 까닭에 효율적 공간 배치 등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계획이다. L07, L08, L10, L11, L12 정거장에서 효율적 공간 배치를 통해 218㎡의 수익 공간을 확보하고, L02정거장에서는 지상역사의 기능실 재배치를 통해 84㎡의 근생시설을 만들어 1억1600만원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시는 이와 함께 노선별ㆍ정거장 여건에 맞는 시민 편의시설을 설치해 경전철 이용객들을 늘려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신림선 109, 우이선 L02, L07 정거장은 전통시장 장보기 및 배송서비스를 실시하고, 우이선 L10, L11, L12 정거장에서는 가상스토어를 설치하기로 했다. 신림선 104, 107 정거장에는 재래시장 스탬프 투어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시는 또 현재 우선 협상 중인 동북선 등 나머지 경전철에서도 이같은 수익성 강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계획에 대해 시는 수익성 확보를 통해 요금을 내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최병훈 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계획과장은 "경전철 역에 임대주택과 근린생활시설 등을 통한 수익을 창출해 요금 인하에 사용하여 시민께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수익성 강화의 주 목적"라고 말했다.이 계획은 현재 박 시장의 재가를 거쳐 실제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선 민자 투자사업으로 진행되는 경전철 사업이 수익성 저조로 사업자들이 참여를 꺼리게 되면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시민안전과 편의성보다는 민간사업자의 수익성이 우선이 되어선 안 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04번 역 일부 구역의 경우 지상 화장실 사용을 전제로 화장실 공간을 수익 공간으로 전용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는 이를 통해 124㎡의 수익 공간을 확보해 4억2800만원의 수익을 내겠다는 구상이지만, 시민들의 불편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특히 과도한 수익시설로 긴급 상황시 대피에 지장이 있거나 시민들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현재의 서울시 경전철 도입 계획은 교통계획이라기 보다는 숫제 경전철을 이용한 도시개발계획에 가깝다"며 "교통수단이라면, 그것도 대중교통수단이라면 일차적으로 얼마나 필요하고, 안전하고, 효과적일지를 따져야 하는데 앞 뒤가 뒤바뀐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도 이를 감안해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향후 안전 및 방재 분야에서 긴급 상황 발생시 수익시설의 장애물로의 역할 예방을 위한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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