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결전 초읽기…'잠박(潛朴)결집 vs 허장성세 맞대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김보경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거취를 두고서 여당이 극심힌 내홍 상태에 빠졌다.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親朴)계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 사퇴를 위해 당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반면 친박에 해당되지 않는 비박(非朴)계 의원들 역시 권력투쟁에 맞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29일 경기도 평택에서 열린 새누리당 현장최고위원회에는 서청원ㆍ이정현 최고위원이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최고위원회에 불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새누리당은 오후 3시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 등 정치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유승민. 사진=아시아경제DB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처럼 유 원내대표 문제를 두고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역으로 친박의 위세가 예전만 못함을 뜻한다. 박 대통령이 대선 유력후보로서 2012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 당시부터 새누리당의 주류는 친박이었다. 하지만 최근 당내 선거 등을 살펴보면 내부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5월23일 국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비박 정의화 의원(현 국회의장)이 147표 가운데 101표를 얻어 친박 황우여 의원을 상대로 승리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도 비박으로 분류되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29.6%를 얻어 서청원 의원(21.5%)을 제치고 당대표가 됐다. 당시 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6년만에 전당대회에 참석했지만 선거 결과를 돌리지 못했다. 올해 2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비박으로 분류되는 유승민 의원은 84표를 얻어 65표를 얻은 친박계 이주영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이 의원이 당시 선거에서 당선됐다면 오늘날의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의 갈등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이같은 당내 선거 등은 새누리당 내부에서 권력지형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과거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은 대부분 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지난번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했던 의원총회에서는 김현숙 의원 한 사람만 발언하는 등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의원중에서도 김태흠ㆍ이장우 의원 정도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거 친박이었다 지금은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 잠박(潛朴ㆍ수면 아래 잠수한 친박)계 의원들로 돌아선 것이다. 이들 잠박 의원들이 어떠한 입장을 표명할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결국 친박을 당내 주류로 만들지 말지를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이들은 차기 여당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대표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사태를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반대로 비박계는 그동안 의장선거, 전당대회, 원내대표 선거 등에서 잇단 승리를 거뒀지만 박 대통령의 '분노'에 맞딱뜨린 상황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단 지난 의원총회에서는 유 원내대표를 재신임하면서 위세를 과시했다. 하지만 현재 양상은 비박계가 우위를 차지했다기 보다는 주름 같은 비닐막을 펼쳐 덩치를 키워 보이는 '목도리도마뱀'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집권 3년차 대통령을 상대로 여당 의원들이 저항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허장성세'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당내 선거만을 토대로 당내 역학관계를 재단할 수 없다. 유 원내대표의 거취는 일단 이날 오후에 열리는 최고위원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도 갈등이 수습되지 않고 정면대결로 달려간다면 결국 친박의 '잠박 동원'과 비박의 '목도리도마뱀 전략'에 유 원내대표의 운명이 달려있다.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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