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엘리엇은 외국 '알박기' 펀드다."미국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를 놓고 재계나 일부 시민단체들은 '알박기'나 '양아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은 돈만 챙겨서 떠날 거란 이유에서다. 헤지펀드의 특성상 수익이 절대적인 목적일 것이다.엘리엇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떠나서 7.12% 지분을 가진 주주로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합병이 마음에 안 들면 반대하고 주주로서 이런저런 제안도 할 수 있다. 물론 그 제안의 타당성은 따져볼 일이다.주주가 기업의 의사결정 사안에 반대하고 주주 제안을 하는 일을 기업에 대한 '딴지'나 '태클'로 여기며 경영활동을 방해한다는 논리는 어폐가 있다.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듯이 주주권 행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그걸 딴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이 기업에 배당을 요구한다고 해서 양아치라고 할 사람도 없을 거다.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주주권 행사에 소극적이다. 주주총회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더라도 실제 부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기관들이 연합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 기관의 주주권 행사를 배척하는 것은 이중 잣대다.대주주든, 외국계 펀드든, 소액주주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 이 과정에서 비난받을 일은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불법과 탈법이지, 이익극대화 전략 자체가 아니다. 과거 SK를 공격했던 소버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SK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분식회계라는 약점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엘리엇의 삼성물산 공격도 지배구조의 취약성이라는 약점을 파고들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문제는 국내 재벌그룹의 여전한 아킬레스건이다. 외국 자본의 공격을 막기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좀 다르다.선진국들은 기업 지배구조가 기관 등에 고루 잘 배분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소수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사실상 기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게다가 선진국은 차등의결권을 비상장사 위주로 허용하고 있다. 상장사도 소형사 위주로 허용한다. 미국의 경우 나스닥에 상장된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들 위주로 차등의결권주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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